수도회 총장으로 한국지부 다섯 차례 방문…2010년 수도회 한국 진출 25주년 기념미사 함께 봉헌 “친절한 옆집 아저씨처럼 자상하고 검소”…대중교통 이용하며 봉은사 스님과 차담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의 레오 14세 교황 탄생을 접한 수도회 한국지부(지부장 조우형 마태오 신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도회는 교황이 선출된 당일인 5월 9일(한국시간) 오전 “우리 수도회에 수차례 방문하셨는데 교황님이 되셨다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도회 한국지부 비서 장대건(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새벽에 콘클라베를 시청한 형제들이 ‘우리 수도회 출신 교황님이 나오셨다’고 바로 문자와 SNS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야 읽고 굉장히 놀랐다”며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수도회 형제들끼리도 진짜냐며 묻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반갑고 기쁜 감정을 나누며 들뜨기도 했다”고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2002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으로 한국지부를 처음 방문했다. 이후 2003년, 2005년, 2008년, 2010년 등 총 다섯 차례 한국지부를 방문했는데, 특히 2010년에는 수도회 한국 진출 25주년 기념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축하식에도 참석했다.
다섯 차례 방한 당시 교황을 모두 만났던 수도회 이기훈(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수사는 “수련자였던 2002년 수도회에 대해 궁금한 게 너무 많아 방한한 당시 총장님께 수도회 전체에 몇 명이 있는지, 수도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귀찮을 법 한데도 친절하게 대답해주셨다”며 “그 때 첫인상은 그야말로 ‘친절한 옆집 아저씨’였다”이라고 회상했다.
이 수사는 또 “2010년 방한 때는 한국 공동체가 당시 총장님을 위해 전용 차량을 준비했지만 모두 거절하셨다”며 “일정 내내 수도회 형제들과 함께 지하철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는 등 소탈하고 검소하신 분이었다"고 전했다.
수도회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레오 14세 교황 선출 축하 메시지를 게시했다. 수도회는 “선교사로서 오랜 시간을 보내신 교황님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인정하고 잘 받아들이는 분”이라며 “서울 강남의 봉은사를 방문했을 때는 스님들과 함께 방바닥에 앉아 차를 마시고 젓가락으로 능숙하게 국수를 드시기도 했다”며 한국 방문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한국지부는 인천광역시 중구 전동에 본원을 두고 있다. 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하게 된 것은 전 인천교구장 나길모(William J. McNaughton) 주교의 역할이 컸다. 나 주교는 1983년부터 수도회 로마 본부에 한국 진출을 요청했고, 1985년 9월 수도회의 각 관구 신부들이 한국에 입국해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수도회는 한국인 신학생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1994년 인천 본원이 설립된 이래 1998년 강화 수도원, 2005년 연천 수도원이 문을 열었다. 본당 사목, 영성 상담, 병원 사목, 신학교 출강 등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