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어머니 같은 따스한 사랑 느껴지는 곳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두 팔 벌려 반갑게 신자들을 맞이해 주시는 성모님. 교회는 매년 5월을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며 성모님의 모범에 따라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성모성월로 지내고 있다. 어머니 같은 따뜻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계신 성모님의 크신 도움을 느낄 수 있는 성당이 있다. 성모성월을 맞아 성모님의 따뜻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수원교구 제1대리구 율전동성당을 찾았다.
길잃은 우리를 돕고자 빛을 밝히는 성모님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위치한 율전동성당. 아파트 단지와 큰 도로 사이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성당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평범한 외관에 큰 기대를 않고 문을 두드린 성당. 2층으로 올라가 어두운 성당에 불을 켜자, 제대 뒤로 펼쳐진 빛나는 성모님의 모습이 시선을 압도했다.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의 인자하면서도 단단한 표정은 우리 곁을 지켜 주고 계시다는 든든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율전동성당의 주보성인은 영원한 도움이신 성모 마리아다. 1988년 1월 22일 조원동주교좌본당에서 분리돼 설립된 율전동본당은 이듬해에 지금의 자리에 성당 건물을 신축했다. 10년 뒤 내부가 낡아 수리가 필요해지자 주보성인인 영원한 도움이신 성모 마리아 이콘을 제대 뒤 벽 전체에 새기기로 결정했다.
제대 정중앙에 모자이크로 새겨진 영원한 도움이신 성모님 머리 위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별 주위를 감싼 하얀 새 모양은 성령을 상징, 하느님의 빛을 성령이 감싸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모님의 아래에는 세계지도가 새겨져 있다. 마치 성모님이 지구 위에 서 계신 것 같은 이미지는 성모님의 도움이 전 세계 신자들을 품고 계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타원형의 반구 형태로 새겨진 모자이크 이콘은 제대는 물론이고 성전 전체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주며 성모님의 따뜻한 모성애를 기도 중에 체험할 수 있다.
제대 중앙의 이콘에 압도돼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가 또 있다. 고개를 들어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커다란 왕관이 성전을 밝히고 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머리에 그려진 별은 캄캄한 바다 같은 삶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빛을 비춰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율전동성당 이콘 작업을 했던 고승용(루카) 작가는 제대 뒤 성모님의 머리 위에 왕관과 함께 천장에도 같은 모양의 왕관 샹들리에를 달았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왕관을 쓴 성모님이 신자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고승용 작가는 “율전동성당의 모든 공간에 하느님의 뜻과 성모님의 도움이 감싸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성모님이 우리의 신앙생활을 돕고 계시다는 것을 성당에서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자이크가 가진 영원성
율전동성당 성당 디자인의 포인트는 모자이크다. 주로 조각과 회화 작업을 하는 고승용 작가는 모자이크 작업을 하는 부인 윤혜영(베로니카) 작가와 협업했다. 벽 전체를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콘으로 덮었음에도 위압감보다 따뜻함이 부각되는 이유는 각각의 조각으로 채운 모자이크라는 장르의 특성과 함께 연한 톤을 사용한 작가의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승용 작가는 “안료를 발라서 직접 구운 타일을 깨서 조각을 만들어 붙였다”며 “성당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벽 전체에 모자이크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도록 연한 색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성당에 들어온 이들은 성모님의 따뜻한 품 안에 들어온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26년 전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되거나 퇴색된 느낌이 적은 것 역시 모자이크가 가진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고 작가는 “모자이크는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되는 장르이기 때문에 보다 깊이 있게 느끼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며 “작가의 의도에 따라 조각 하나의 색을 달리 하거나 모양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질리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미술 장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장르를 하는 두 작가가 작업했기에 율전동성당에서는 성당미술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제대 양옆의 성모칠고는 윤혜영 작가가 흙으로 그린 작품이다. 전국의 흙을 채집해 오로지 자연의 흙색으로 성모칠고를 완성했다. 제대 바닥은 칠성사의 상징을 모자이크로 새겼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콘에 등장하는 가브리엘과 미카엘 대천사 부조도 성전 벽면에 세워져 있다.
고승용 작가는 “성당 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 입장에서는 잠깐 아름다운 미술이 아닌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의 가치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율전동성당 미술의 변하지 않는 가치를 느끼며 나와 내 가정 신앙생활의 역사성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