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구권에서 「페레스트로이카」의 열기는 걷잡을 수없는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끊임없이 어어지던 개혁과 민주화의 물결은 폴란드 자유노조의 승리로 막을 열고, 동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그 절정을 이루었다. 이러한 민주화의 움직임은 폐쇄정책과 종교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일기 시작하고 있다. 교황청과의 관계 정상화를 꾀하면서도 내부에서는 주교들 간의 이간 성직자 자격정지 등 시류에 여행하는 정부에 대항, 체코 국민들과 신자들은 자유에의 갈망과 선교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20여 년 전의 「프라하의 봄」을 재현시키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편집자註>
페레스트로이카란 말은 프라하에서는 아직 낯선 말이다. 경찰은 얀 팔라흐 선언에 참여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해산시켰고, 가톨릭 신자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억압함으로써「프라하의 봄」이후 20년이 지나 피어나는 희망의 불꽃마저 꺼버렸다.
체코정부는 바티깐과의 관계개선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가톨릭 주교들을 이간시키고 있으며, 연로한 토마섹 추기경까지도 곤경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모스크바의 크레믈린이 더 많은 개방을 위해 조처를 취하고 있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고도 프라하의 시청에 걸려 있는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체코에는 새로운 출발의 문이 열릴 것인가? 최근 일련의 사태와 시민들의 봉기는 우리에게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지나친 교회간섭
체코에는 많은 것이 현대화되어 있다. 거리도 아주 잘 정돈되어 있으며 성당들도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광경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일들이 오늘의 시대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체코정부가 여러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의 종교정책은 다른 동구권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아주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체코 종교성의 배후에서 이를 조종하는 사람은 프란티첵 치놀드인데 그는 현재 공산당 중앙위원이며 맑스주의에 정통한 철학교수이기도 하다. 그가 종교성장관 얀쿠와 그의 비서들에게 모든 지침을 내리고 있다.
교회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대단하다. 정부는 교황이 전세계 교회에 매달 보내는 기도지향까지도 멋대로 고치고 있다. 또한 평신도나 신부가 피정하는 것까지 금지할 정도로 많은 교회활동을 억압하고 있다.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13개 교구 중 10개 교구가 주교를 갖지 못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큰 교구중 하나인 올뮛츠교구는 지난여름 주교를 임명받았고、 브린교구는 38년 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다.
금년 7월 26일 교황은 체코정부와의 오랜 협상을 거쳐 4명의 주교를 임명했다. 그러나 아직도 6개 교구에 주교가 없는 실정이다.
코렉· 마투섹· 오트체나섹 등 세 명의 주교는 정부로 부터 자격정지를 당하고 있으며、 2년 전 토마섹 추기경의 집무실에 누군가가 침입한 사건이 있었는데도 종교성은 아무런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90세인 토마섹 추기경은 가톨릭신자 뿐만 아니라 국민들 가운데 희망의 별이 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수십 명의 사제들도 자격정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서방 언론들의 항의 덕분으로 처벌받는 사제들의 수도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신학교육도 장애받아
프라하의 옛 신학교에는 소련신문「새 시대」의 편집국이 들어서 있고 신학교성당은 창고로 쓰여지고 있다. 원래 15개의 신학교가 있었는데 지금은 두 개뿐이다.
프라하에서 북쪽으로 70㎞떨어진 곳에 라이트 메리츠 신학교가 있는데、 신학생들은 방 하나에 4~12개의 침대를 두고 그 방에서 공부도 하고 잠도 자곤 한다. 신학생들은 성경과 기도서를 제외하고는 체코어나 슬라브어로 된 신학서적은 하나도 갖지 못한다.
몇 안 되는 오래된 책이나 교수들의 강의를 베껴 적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20명의 교수들 가운데 한명만이 정식 교수자격을 얻었다. 교수들 중 반수는 정부에 충성하는 사제운동인「지상의 평화」라는 단체에 반 강제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프레스 불그 신학교도 이와 비슷한 형편이다. 희랍어 성경책은 개인이 가질 수 없고 교실에서 여럿이 함께 보도록 되어 있다. 2년 전 몇몇 신학생들이 독일 신학생들과 만났다는 이유로 퇴학당했다. 또 체코에는 문제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교가 있는데 소위 문제아들은 브린에서 36㎞떨어진 이반치체의 이 학교에 다녀야 한다. 이 학교에 다니는 문제아인 17세의 토마스 코틀리는 신학교에 가기로 결심하고 있다.
감시하는 비밀경찰
체코에서 종교성과 긴밀한 연결을 맺고 있는 것이 비밀경찰이다. 20년 전「프라하의 봄」때 3만 명의 비밀경찰이 직장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다시 그들은 할일이 많아졌다. 현재 그 숫자는 알 수 없다. 여권과에는 예외 없이 비밀경찰들이 앉아있다. 누가 여권을 발급받고 누가 다시 잃게 되는지를 그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독일 나치들이 했던 것처럼 성당에서 하는 강론을 항상 엿듣고 있다. 그리고 유명한 신부들을 말썽이 생기기 전에 한적한 시골성당으로 이동시켜 버린다. 어떤 사람들은 항상 비밀경찰이 가까이 있음을 느끼고 있다.
지난 3월말 브린의 요셉 야호다 신부의 방을 뒤져 종교서적들을 조사해 가는 와중에 신부의 심장병이 재발되기도 했다.
프레르보의 프란티섹 아와믹 신부는 1986년 7월 약2만 크론 어치의 종교서적과 노트들을 도난당했고、작년10월에는 폭행까지 당하여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프란티섹 리즈나 신부는 지난 2월 자격정지를 당하여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병원장이 매월 그에게 근무일정을 정해주고 있다.
비밀경찰이 누구를 감시할 때 보통 20㎞마다 4거리에서 차를 타고 살핀다. 또 군부대 안에 들어가서까지 망원경으로 바깥의 움직임을 감시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종교의 자유를 부르짖는 아우구스틴 나브라틸이라는 사람은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작성하여 6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에 경찰은 그의 집을 수색하고 창고안의 짚더미를 다 뒤집어엎었다. 그 결과 그 속에서 종이 한 장만을 찾았을 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브라틸은 축축해진 짚더미를 다시 뒤집어야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세관에서 압수한 종교서적은 프라하의 경찰 박물관「나 카르토네」로 가져간다. 이 박물관은 일반인들에게는 개방되지 않는 유일한 박물관으로 1981년 10월27일 모라백의 수도자들에게서 압수해간 두 트럭분의 책들도 그곳에 쌓아두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서방언론의 도움 커
수녀들이 만드는 전례용 제의들은 정부소유의「카리타스」상점에서 아주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다. 거기서는 종교서적대신 사회서적이나 당 기관지「루데 프라보」를 팔고 있다.
체코의 종교교육을 위한 학교 교과서로는 구식이 된 교리책뿐이며、이것은 국민학생들을 위해서만 10월부터 5월까지 오후시간에 가르칠 수 있다.
최근의 종교서적은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종교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본당신부에게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주로 중부와 동부 슬로바키아에서는 학교선생들이 부모를 찾아가 자녀들이 종교시간을 취소하도록 종용하기도 한다.
최근까지 국내성지순례는 방해받지 않았다. 그러나 성 메토디우스의 성지인 벨레라드에서 지난 1985년 7월 25만 명의 신자들이 모여 대축제를 거행한 직후부터 정부는 야외미사를 모두 금지시켰다.
붸멘과 메렌에서는 작년 여름부터 1년간 5백 명의 처녀들이 수녀원에 입회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런 조치를 취함으로써 연로한 수녀들을 위해 일할 비싼 인력을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새 지원자들은 수련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근로봉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1988년 가을부터 시국사범이 두세 배 늘었으며 작년 1월 이후 지그까지 5백 명이 일시적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사실은 체코정부가 글라스노스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플라하의 바클라브 말리는 『그러나 최근에 와서 종교적 활동 때문에 체포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서방언론들의 공로가 크다. 우리 정부 관리들은 서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서방세계의 항의를 유발 시키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 특사 콜라수오노대주교는 지난봄 체코정부와 공석이 된 주교 임명문제를 놓고 협의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프라하의 신학자 요셉 쯔베리나 박사는 『차라리 기다려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주교가 없는 것이 좋지 않긴 하지만 만일 좋지 않은 주교가 나오면 더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의 억압적인 종교정책에도 불구하고 체코에서는 결코 낙심한 신자를 발견할 수 없다 . 많은 신자들이 희망을 갖고 있다. 선교적 마음가짐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에 대한 열성도 대단하다. 프라하의 한 성당에서 오전 7시30분 미사 때 21명의 평신도들이 복사를 서고 있다. 그리고 리즈나 신부는 감옥에 있으면서 한 비신자를 가톨릭신자로 개종시켰다. 그의 세례대부는 서방에도 잘 알려진 작가「바글라브 하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