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동아시아교회의 어제와 오늘 - 교회사연구소 25주년 국제학술회의 종합

김인옥 기자
입력일 2020-12-04 16:01:19 수정일 2020-12-04 16:01:19 발행일 1989-11-05 제 1678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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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교회의 과제는 "토착화"
토착위해 봉사자세·대화 필요
신학·전례·조직면에서 병행을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ㆍ최석우 신부)는 10월 27~28일 이틀간 연구소 창립 25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고 「동아시아 교회의 어제와 오늘」에 관해 특별히 지역교회의 토착화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다. 한국·일본·중국·대만·홍콩을 대표한 연구자들은 발표 및 토론에서 선교지역인 동아시아의 그리스도교화를 위해서 토착화는 선결과제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토착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편집자註>

이 국제학술회의는 동아시아교회의 현실을 다툰 최초의 동아시아교회의 모임으로서 각국의 특수상황과 토착화를 위한 노력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장이 돼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는 쟁점의 대상인 중국교회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동아시아에서의 착화-한국교회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기조발표에선 최석우 신부는 『최근 토착화가 신학적 숙고와 연구의 주요 대상이 된 것은 역사적 필연』이라 전제하고 동아시아에 있어서 토착화 방법으로는 전례서 등의 「번역」, 보유론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적응」신앙을 받아들이는 사회적·문화적 상황을 고려한 「상황화」를 들었다.

최 신부는 아시아지역 복음전파는 식민주의와 더불어 시작돼 토착화의 장애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덧붙이고 한국의 경우 토착화를 위해 교회는 겸허한 봉사자세와 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며 교회 내외에 퍼져있는 성직자 지상주의적 새 형태의 식민주의 역사의식부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례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의 토착화에 대한 발표한 윤민구 신부(수원가톨릭대교수)는 전례의 토착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전례의 토착화」는 교회의 보편성이 지닌 의미를 더욱 강화시켜준다고 강조했다. 윤 신부는 그러므로 토착화를 위해 전례위원회의 활상화, 전례교육원 설립, 성직자 교육 등을 제언했다.

김노현 주교(상해교구장)에 의하면 중국의 경우 토착화는 1581년 마태오 리치에 의한 전교방법이 모법이 되며 현재는 유학이나 마르크스주의가 만족시키지 못하는 인간적 요구들에 부응하며 중국현실에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교회에서 토착화를 위해 시정돼야 할 점으로는 세례명이나 성상 등에서 서구적요소를 감소해야 하며 라틴어 전례도 개선될 점으로 지적됐다.

한편 항퇴결 교수(대만국립정치대)는 대만 교회의 경우 전 우주와 인간과의 합일을 나타내는 「일체지인(一體之仁)」의 신유교적 개념을 우리교회의 신비체, 생명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개념에 접합시킴으로써 이론적 토착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선교지인 동아시아지역에 있어 그리스도교의 과제는 토착화에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토착화를 위해서는 종교가 지니는 신학(이론) 전례(예식) 신자 단체(조직)의 3요소에 걸친 토착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특별히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중국천주교회, 일명 「애국교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중국내 문제로 참석치 못해 안타까움을 준 김도현 주교는 이 학술회의를 위해 보내온 원고에서 「중국교회의 토착화와 민족화에 관한 문제들」에 관해 언급했다. 김 주교는 중국교회는 역사적으로 선교사들의 선교태도에 의해 성쇠를 거듭했다고 전제하고 선교지의 특수성을 무시한 서양인이 관장하는 서양식 전교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아울러 현재 마르크스주의가 지배하는 공산치하에서 중국교회는 1천여 개 교회와 1천여 개의 공소가 있으며 총인구의 0.3%인 4백만의 신자가 있다고 밝혔다.

공산다의 완화된 종교정책에 따라 교회는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대신 대화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애국교회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중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는 자신이 처리해야 하며 중국의 배경·당면문제가 타 지역과 다르기에 결코 가톨릭국가의 교회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 없다』고 밝혔다.

항퇴결 교수는 로마의 허락 없이 주교를 임명하고 있는 중국의 「애국교회」와 교황에게 충성하나 박해를 당하고 있는 「지하교회」의 내면적 투쟁에 우려를 표명했다. 항교수는 중국교회와 성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고 중국 가톨릭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홍콩의 정생래 신부는 중국교회와 바티깐은 양국 간의 외교문제와 종교문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중국교회는 그들의 주교를 계속 선출하면서 교황의 종교적 지도권을 분명히 받아들일 때 중국교회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1997년 홍콩반환을 앞둔 홍콩교회는 공산치하로 귀속되더라도 홍콩을 포기하지 않고 봉사하는 교회, 구원자로서의 교회역할을 충실히 할 뜻을 나타냈다.

바티깐과 중국 애국교회의 문제는 보편성과 개별성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역교회 공동체의 개별성에 강조점을 두고 이를 바탕으로 보편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집약됐다.

김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