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광주 기아 일시 보호소, 불우 아동들의 안식처

입력일 2020-11-11 16:33:22 수정일 2020-11-11 16:33:22 발행일 1973-05-27 제 86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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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부모들이 버린 아기들을 일시 수용 보호

5명이 매달려 보채는 아기들 돌봐 
건강 회복하면 국내외로 보내 입양
광주시 학동 2구 까리따스 여자수도회 본원 옆 담을 따라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조그마한 민가에 「기아 일시 보호소」란 이색적인 간판이 눈길을 모은다. 여기가 비정한 부모들이 내다 버린 아기들을 받아들여 수녀들의 따뜻한 손길로 응급치료를 하고 잠시동안 길러주는 곳이다.

기자가 보호소에 들어섰을땐 방안에 즐비한 아기침대에 누어 잠들었거나 보채고 있는 유아가 7명 앉아있는 아기가 1명 걸어다니는 아기가 3명이었다. 이들은 이 보호소에서 약 2개월간 건강을 회복하고 살만한 정도가 되면 전라남도 사회사업과를 통해 외국인이나 한국인의 양자ㆍ양녀로 보내진다. 그러나 피임약의 부작용 등으로 이미 불구가 되었거나 비정상아가 된 아기들은 양자ㆍ양녀로 입양되는 행운조차 받지 못한다. 이들은 보호소에서 얼마간 보호를 받은후 도에서 운영하는 불구아동 육영사업기관으로 가게된다. 드물게는 부부싸움 끝에 어이없이 버려진 아기들도 있어, 나중에 부모들이 아기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고. 버림받은 아기들은 두살 전후도 있으나 대부분이 신생아이고 특히 보호소에 들어올때 건강한 아기가 별로 없단다.

이들은 「천주의 성요한 의원」에서 무료치료를 받는다. 전라남도에선 보호소에서 소요되는 우유와 식료품을 제공하고. 버려진 아기들이 보호소 들어오는 시간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어떤 때는 정원 20명을 초과할 때도 있단다. 버림받은 아기, 거기다 건강치도 못한 아기들의 보채는 성화가 대단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그래서 항상 일손이 바빠지기 마련. 보호소에는 손 소피아 윤 베아따 이 콘체따(간호) 수녀 등 세수녀와 2명의 부인이 관구장 장도업 수녀 총책임하에 밤낮없이 아기들을 보살피고 있다.

전교와 교육사업을 주로 하는 까리따스 여자수도회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기아 보호사업을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정확히는 12월12일부터 기아를 받기 시작했다. 작년 10월경 기아 보호에 관심이 많은 김재식 전남 도지사가 고(故) 한공렬 대주교에게 적십자에서 하던 이 사업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데서 비롯됐다. 한 대주교는 의료사업을 하는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에 이 사업을 하려했으나 수사들의 손으로는 난점이 많을것 같아 까리따스 여자수도회에 맡겨졌다.

지금까지 6개월간 「기아 일시 보호소」를 거쳐 간 아기는 약 70여 명. 외국인 뿐 아니라 입양을 원하는 한국인도 많이 찾아와 마음에 드는 아기를 골라가는 걸로 보아 자식없는 사람이 이외로 많은것 같단다. 보호소를 운영하면서 겪는 애로점을 묻자 관구장 장수녀는 『애기들이 이제 살만하고 정이들만 하면 데려가 버리고…』하며 웃으 반답변반으로 질문의 핵심인 「애로점」은 가볍게 회피 희생과 봉사정신을 본분으로 삼아 기쁜마음으로 일하는 수녀들에게 「애로점」을 들먹인 기자가 무안해졌다. <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