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ㆍ수출의 경제 제1주의 그늘 밑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푸대접을 받아온 노동자를 위하는 소리가 금년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다. 1ㆍ14 긴급조치 이후 정부ㆍ업계ㆍ노동조합ㆍ언론은 마치 잊고 있었던 노동자의 존재를 되찾기라도 한 듯 갖가지 시책과 지시 성명 을 통해 저마다 노무자의 권익 옹호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1ㆍ14 긴급조치가 나오자 정부는 74년 정부 공사 노임을 평균 40% 인상키로 한 데 이어 노동청은 일부 기업과 대다수 근로자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어온 근로 감독관을 전원 교체한 후 기업의 노사협의회 결성을 강력히 추진키로 했고 이어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인 단체 대표들은 성명을 통해『근로자의 실질소득 안정을 위해 기업의 경영 성과를 적정하게 배분하여 노사 협조체제를 긴밀히 할 것』을 사회에 밝혔다
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3월 20일「제1회 상공의 날」기념식에서『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적정 임금의 보장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을 것』을 다짐했고 노동청은 지역별ㆍ직종별 적정임금 하한선 지정을 위한 지역별 산업별 직종별 임금 실태조사에 나섰다.
노동청은 노동자 권익을 위해 노사의 원만한 협조체제 확립, 노임체불, 부당 노동행위 근절에 기업들은「적정임금 보장」에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을 새삼 다짐함으로서 국가보위법 실시 이후 정상적인 노조활동이 규제된 것을 악용한 일부 악덕기업들의 임금의 불합리한 동결ㆍ체불ㆍ부당 노동행위 등 악덕행위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여기에 채찍을 가하듯 박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일부 기업의 기업 윤리와 사회성을 망각한 행위를 지적하면서 이 같은 행위가 계속되면 노동 법규를 개정해서라도 기업인의 태도를 다스리겠다고 경고했고 태 경제기획원 장관은 기업의 이윤을 줄여서라도 임금을 올려 줄 것을 기업에 촉구했다 .
이러한 일련의 조치에 힘입어 노조 결성이 어렵던 일반 기업에 형식적이나마 노조가 결성되고 체불노임이 지불되는 등 노사관계에 많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듯 떠들석한 노동 정책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대다수 노동자들이 생활급에도 모자라는 저임금에 갖가지 부당한 인격 대우까지 받아가며 혹사 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고 실제로 근래 발표된 몇 개의 통제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임금 실태를 보면 노총 산하 17개 산별 노조회원 54만 3천 명 가운데 60.1%가 월 3만 원 미만의 급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이와 관련 고대 노동문제연구소가 지난 연말 가발 섬유전자 고무 유리화학 인쇄 등 7개 업종에 종사하는 18세 미만의 근로자 9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연소근로자 노동실태조사」에 의하면 이들의 평균 임금은 1만4백98원이며 그 중 13.6%가 5천 원 미만을 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의 수출 경제를 이끌어오면서 호황을 누려온 수출업체 평균 임금이 1만 원 이하(보사부 집계)라는 사실은 한국노동자의 저임금 실태를 웅변으로 입증하고도 남는다.
이에 대해 노총은 저임금 개선과 물가 인상에 따른 임금의 구매력 보장으로 인해 최저임금법 제정과 물가 상승률에 따라 자동 조정하는「임금자동조정제도」의 실시를 당국에 건의하고 있으나 보사부는 노동청은 최저임금법의 제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행정력으로 저임금을 시정해 나갈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저임금 개선은 기업이 얼마나 기업의 윤리성이나 사회성을느껴 정부의 시책에 호응해 주느냐에 달려 있는 형편인데 3월 초 동아일보가 조사한「국내 100개 기업의 임금 인상실태」에 따르면 인상 회사가 22개사 인상을 계획 검토 중인 회사가 35개사 인상 계획이 없는 회사가 25개사로서 인상 22개사 중 도매 물가 상승율을 웃도는 회사는 8개사뿐이며 대개 25~13% 선으로 예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은 정부의 강력한 권고에도 이 같은 소극적인 태도는 정부의 제품 가격 인상 폭이 원자재 가격의 상승만을 인정하는 선이고 올해 하반기 경영 전망이 불투명하여 이에 대비하려는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아 어디까지나 경영의 안목에서 임금을 다루려는 의도가 강한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주장하는 윤리성 사회성은 한계를 인정치 않을 수 없고 인상의 전망도 어두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물가 상승률만큼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노동자의 임금 현실화 여망은 당부로 그칠 수밖에 없다.
한편 노동자의 인격 대우 면을 보면 많은 기업이「노동자=「인격」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망각한 나머지 갖은 횡포를 자행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보위법을 이용한 노조 결성 방해 부당해고 특히 근래 문제가 되고 있는 수출자유지역 일인업체의 여공 윤리문제 등 노동자를 한낱 노동 제공자로 볼 뿐 인간 경시사조가 심각하다.
예로 노총 산하 17개 산별 노조 가운데 9개 산별 노조 해당 사업장에 4만3천여 명 이상이 근로자이면서도 퇴직금 가족수당 등 근로기준법상의 혜택을 못 받는 임시 고용원 대우를 받고 있는가 하면 OB맥주 크라운맥주 칠성음료 등 국내 유수의 기업체들이 각각 2백여 명씩의 상근 노동자를 임시공으로 대우 근로기준법상의 법적 의무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高大 노동자문제연구소 실시「연소근로자 노동실태조사」에 응한 근로자의 40%가「인간적 대우를 해 주는 공장」을 바라고 있었다.
특히 노동청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8개 외국인 투자 기업체 중 88.6%에 해당하는 96개 업체가 평균 3건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이 밝혀져 세인을 놀라게 했다. 지난 3년간 문제를 일으켰던 서울 태광산업 노조 결성 방해사건은 긴급조치 다음 날로 해결되었지만 기업의 윤리성을 가늠해 보는 좋은「케이스」였다. 결국 노동자는 적당히 대우하여 누르고 부려 먹어도 된다는 기업인의 뿌리 깊은 사고가 하루 아침에 깨어지지 않는 한 문제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당장 급한 임금의 현실화를 비롯 최저임금 실시를 포함한 임금제도의 개혁 노사협력체제의 강화 등 일련의 개선이 기업과 정부의 노력으로 어려운 일만은 아닐진대 앞으로의 노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