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잘못 수용된「발렌타인데이」

입력일 2019-09-09 17:04:14 수정일 2019-09-09 17:04:14 발행일 1988-08-21 제 161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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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중심적 풍토 탈피를

상혼에 청년문화 멍들어
「아트박스」「팬시가든」「아트플라자」「선물의 집」등 크고 작은 많은 선물 센터에는 거의 언제나 청소년들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환한 조명에 눈길을 끄는 화려한 색상의 상품들과 서구감각의 진열, 전 매장을 압도하는 팝 음악은국적불명의 이 상지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는 편지지ㆍ칼ㆍ자 지우개로부터 인형ㆍ라이터ㆍ가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요즈음 이곳을 즐겨 찾는 청소년들의 성향을 한층 가중시킨 것이「발렌타인데이」와「화이트 데이」.

여자가 사랑을 고백해도 괜찮다는 관습이 내려져온다는 서구의 축제일인 발렌타인데이는 성 발렌티노의 축일인 2월 14일이다.

우리교회의 발렌티노성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십자군원정 중 발렌티노주교가 국법을 어기고 사랑하는 남녀의 결혼식을 거행하여 사랑을 이루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사랑하는 이에게 초콜렛과 선물을 주는 이 풍습은 아무런 여과 없이 우리사회에 전해지면서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국민학교 어린이부터 청소년, 심지어 연인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랄 것이 없이 초콜렛과 선물을 포장하는 열풍으로 선물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이어 아무 근거도 없는 화이트데이가 등장했다.

국적도 근거도 없는 이날 많은 청소년들이 예쁘고 재미있는 문안으로 된 카드와 선물을 맹목적으로 주고받는다.

또한 최근 한 선물업체는 한국판 발레타인데이로 칠월칠석을 부각시켜「마음으로만 그리워하던 사람들이 만남의 기쁨을 누리고 사랑의 마음을 누리는 날」로 설정, 8월 18일에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별사탕을 증정한다.

종로의 선물센터를 찾은 한 고등학생은『요즘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때 선물 한번 안 사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선물센터의 상품들을 보고 수집하는 것이 취미인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오늘날의 이런 청소년문화에 대해『서구 중심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이런 문화는 지양되어야한다』고 강조하면서『청소년문화가 얄팍한 상혼에 침식되지 않아야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에 대해『서구 중심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청소년문화를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근본적으로 우리의 주체성을 살린 창조적인 문화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문화란 어른문화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소비중심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문화풍토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