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구유, 5세기부터 꾸미기시작

입력일 2019-08-01 16:27:57 수정일 2019-08-01 16:27:57 발행일 1990-12-23 제 173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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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꼬에 의해 널리 퍼져
각 나라 풍습따라 특색있게 제작

12월 25일은 일년 365일중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기쁨과 설레임을 안겨주는 날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밤사이 몰래 두고 갈 크리스마스 선물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반짝이는 작은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의 작고 초라한 마굿간을 그대로 꾸며놓은 구유는 맑고 순수한 어린이들의 마음을 큰 흥분과 기대로 가득 채워 놓는다.

그중에서도 아기 예수님의 탄생 당시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구유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가장 좋은 신앙교육의 장이 되고있다.

그러면 매년 12월 25일 성탄절마다 가정 혹은 성당에 마련되는 구유는 도대체 누구에 의해 만들어 졌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성탄 구유의 시작을 알기위해서는 1223년 12월 25일 이탈리아의 그레치오라는 한 작은 마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마을에는 요한이라는 아주 마음씨 착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마을에는 거지처럼 맨발에 누더기 옷 하나만을 걸치고 지냈던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성인은 마음씨 고운 요한을 아껴 자주 불러 일을 시켰다고 한다. 성탄이 되기 15일전, 프란치스꼬 성인은 베들레헴에서 탄생 하신 아기 예수님을 기억하고 싶은 나머지 요한을 불러『아기 예수님이 어떻게 구유에 누워 있었는지, 그리고 소와 당나귀를 옆에 두고 어떤 모양으로 짚더미위에 누워있었는지를 나의 두 눈으로 그대로 보고싶다.』고 말하고 구유를 재현할 것을 당부했다.

곧바로 구유가 준비됐고 짚더미가 옮겨지고, 소와 당나귀도 끌려왔다. 드디어 12월 25일 즐거운 날 환희의 시간이 왔다.

베들레헴의 초라한 마굿간을 본떠 만든 성탄 구유 주위에는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성인은 구유 앞에서 감동적인 강론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기 예수에게로 다가갔다. 구유에 누워있던 어린 아기가 성인이 다가서자마자 잠에서 깨듯 소생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기쁘고 놀라운 축제가 끝나자 마음 착한 동네 사람들은 구유에 깔았던 건초를 나누어 각자 자기 집으로 가져갔는데, 이 건초를 먹은 주위 많은 동물들이 진통을 겪던 여인의 몸 위에 이 건초를 놓으면 출산을 하는 등 그 고장에 살던 많은 이들이 갖가지 재난에서 구제되어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후에 구유가 놓여있던 자리에는 성당이 세워졌고 구유 바로 위에는 제단이 마련됐다고 전해지고있다.

그런데 성 프란치스꼬가 만들기 시작한 이 구유는 교회의 허락을 받아 여러 사람 앞에 공개된 최초의 구유인데, 이미 5세기부터 로마신자들이 마굿간 모양으로 구유를 만들어 그 앞에서 성탄미사를 봉헌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에 의해 이탈리아의 그레치오에서부터 퍼져나가기 시작한 성탄구유는 각 나라의 전통과 풍습에 따라 특색있게 제작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새까만 아기 예수님이 또 우리나라에서는 색동저고리를 입은 도련님이 빨간 고추와 검정 숯이 달린 금줄쳐진 초가집 외양간 안에 누워있어 평소 멀리 있는 것으로 생각되던 예수님이 한층 편하고 정감있게 느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