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를 자주하고 엄하게 키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과보호하거나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부모의 의무를 저버리면 자녀들은 밖으로만 돌게 되고, 나중에는 결국 아이들을 궁지로 내몰아가게 됩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만난 시각장애인 박영복(40·루치아·서울 맹인선교회 부회장)씨는 장애가 부모의 도리보다 우선될 수 없음을 힘주어 강조했다.
이러한 박씨의 소신이 열매를 맺어 아들 신현준(19·요한)군이 올해 과학기술대학교에 특차전형으로 입학하는 결과로 나타나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고등학교의 전체성적과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의 성적이 전교 3%이내에 들어야 가능한 과기대에 아들이 입학하게 된 것에 대해 박씨는 “착한 아들의 열심한 노력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주위에서는 박씨의 자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박씨는 시각장애인도 누구 못지않게 자녀를 가르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아들이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직접 참고서를 구입, 이를 봉사자에게 부탁, 녹음한 뒤 다시 점차로 번역하는 열성으로 자신이 먼저 공부한 후에 아들에게 학교에서 부족한 내용을 보충시켜 왔다.
정상인들도 직접 자녀를 가르치기 힘들어 과외를 시키는 상황인데도 장애인인 박씨는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근 7년간 책을 구입하고 녹음, 점역하는 3단계를 거치는 일을 힘겹지만 꾸준히 해왔다.
신군의 과기대입학은 눈물겨운 모정의 승리이자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당연한 선물인지도 모른다고 주위는 말하고 있다.
“맹인 부모들은 자식에게 자신 있게 대해야 한다”면서 자식에 대한 관심을 강조한 박씨는 특히 “장애인 부모들은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학교선생님을 자주 찾아뵙고 상담을 해야한다”며 교육을 위해 학교선생님과 아이에게 적극적인 대화로써 행동할 것을 여타 장애인부모들에게 권고했다.
박영복씨는 아들이 잘못했을 때 마음이 아프더라도 회초리를 들었다면서 진정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개인감정이 들어 있지 않은 잔소리와 엄함, 사랑의 매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즘 부모들의 자식교육에 대해 “아이를 과보호하고 사치, 과소비하는 부모들이 오히려 문제”라면서, 박씨는 “이러한 행동들을 결국 아이들이 보고 배워서 그대로 행동하게 된다”고 염려했다.
또한 벽영복씨는 항상 이맘때면 정부나 여러 기관에서 장애인 관련 거창한 행사를 갖지만 당사자들은 이러한 전시용 행사보다 장애인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서로 나눌 수 있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의 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들 대견스럽다”고 말한 박씨는 “아들이 나중에 인류를 위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소원”이라며 하느님께서 주신 삶에 최선을 다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