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캐나다 입양아 서울서 민박

노경아 기자
입력일 2017-06-26 20:33:47 수정일 2017-06-26 20:33:47 발행일 1992-07-12 제 1813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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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ME 주선, 모국 전통문화 체험
“국적은 달라도 우린 한민족”
불고기·김치 선호 …한국인 실감
MㆍE 서울지역협의회 (대표=강수길ㆍ오미호 부부, 지도=김창석 신부)는 모국방문차 한국에 온 캐나다 입양자 34명과 양부모 50명에게 7월3~5일 민박을 제공했다.

입양자들이 모국의 정을 가슴깊이 새기며 한국 가정의 단란한 모습과 생활을 배우는 기회가 된 이번 민박은 입양자 뿐만 아니라 한국MㆍE가족들에게도 캐나다 양부모들의 입양아에 대한 교육방침과 조건 없는 사랑을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됐다.

캐나다 교포로 심장병 어린이 후원회장인 임태호 (요한)씨와 캐나다 교포MㆍE부부들의 관심과 봉사로 한국을 방문한 입양자 및 양부모들은 부산, 고아원 방문, 경주, 민속촌, 설악산, 국회의사당 방문등 12박13일의 모국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11일 출국했다.

7월3일 오후8시 서울 세종호텔 로비는 30여쌍의 서울MㆍE부부들과 캐나다 입양자 및 그 양부모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강시진 (요한ㆍ청담동본당) 김성숙 (데레사)부부는 제나 (8세ㆍ헬레나)양과 양부모 OSTERBETG부부와의 만남을 위해 이들 이름이 적힌 피켓을 준비했고 이 피켓은 쉽게 만남을 주선했다

한국의 보통 여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검은 머리, 검은 눈을 가진 제나는 생김새와는 달리 간단한 영어로 강시진ㆍ김성숙 부부에게 인사, 낯선 모습을 보였다.

제나가 막 호텔로비를 벗어날 무렵, 제나의 친구 메리안이 혼자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고 있어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메리안의 양모가 갑자기 아파서 메리안과 함께 민박을 가지 못하게 때문에 운다는 이야기는 이자리에 모이MㆍE부부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민박을 제공하는MㆍE부부들과 더 다정스럽고 어울려 보이는 메리안은 나은 정보다 기른정이 더욱 깊은 탓인지 한곳 닮은데 없고 어색하기 까지 한 벽안의 어머니의 부재가 너무나 슬픈 모양이었다.

한편 제나의 이번방문은 4살 때 캐나다로 입양된후 처음갖는 모국방문이며 제나의 양부모는 제나를 입양할 당시 한국을 방문한적이 있어 이번이 2번째였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강시준씨 집에는 제나의 양부모, 주리라는 입양아의 캐나다인 삼촌과 숙모, 강시진씨의 이웃들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즐거운 저녁식사가 마련됐다.

김성숙씨가 정성껏 마련한 불고기와 김치는 유독 제나에게만 인기를 독차지해 아무리 언어가 다르고 생활환경이 달라졌다해도 엄연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서로간의 자녀이야기가 주된 화제거리나 된 이 자리에서 제나의 아버지 키드씨는『이번 방문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제나에게 모국의 문화와 자연환경, 사고방식 등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 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머리색이나 피부색이 다른 아이의 입양은 물론, 같은 민족의 아이도 입양하기를 꺼려하고 또한 어린이를 입양 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면 반면 키드씨의 이러한 교육방침은 이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다시금 방설하게 했다.

제나의 양부모가 한국의 어린이들이 하는 놀이를 제나에게 가르쳐 주기를 원하자 강시진ㆍ김성숙씨의 셋째딸 경민 (13세ㆍ안나)양이 제나와 함게 공기와 고무줄 놀이를 하기도 했다.

쇼핑중에 제나가 30분동안이나 인형을 고르며 망설여도 자신의 힘으로 결정할 때까지 지켜봐 주는 양부모의 모습은 또다른 깨우침을 주었다.

제나는 롯데월드 어드벤처도 구경하고 명동성당에서 김옥균주교의 주례로 봉헌된 미사에 참례, 성체를 모시기도 했으며「선릉」을 찾아가 한국의 전통적인 왕릉의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

제나의 양부모는 아쉬운 작별의 인사에 앞서 강시진ㆍ김성순부부에게 제나의 성장 과정과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 자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강시진ㆍ김성숙부부는『우리가 돌보지 못한 우리의 아이들을 더없는 사랑으로 키우는 캐나다 양부모들을 보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면서『딸을 하나 더 둔 마음으로 제나의 모국후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노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