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가득한 천상의 세계로 인도하다 예수 유물 경배하기 위해 만든 경당 기둥·천장 제외, 대부분 유리화 장식 신·구약 주요 장면 1000여개로 구성
생트 샤펠 2층 내부는 기둥과 천장, 회중석의 벽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체가 유리화로 장식됐다. 동쪽의 제대 뒤편이나 남북 쪽의 벽 양쪽도 건물이 완성되던 시기에 함께 제작된 화려한 유리화로 뒤덮여 있다. 그러나 서쪽의 불타오르는 듯한 원형 창문은 240여 년이 지난 1490년경에 제작돼 표현 기법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유리화 곳곳에는 ‘채찍질을 당하신 예수님’을 비롯한 1000여 개의 성경 장면이 묘사돼 있다. 유리화의 주제는 대부분이 신·구약의 주요 장면과 관련된다. 제대 쪽에는 예수님의 어린 시절과 수난 등이 묘사돼 있고, 회중석 양쪽에는 창세기를 비롯한 구약성경의 장면이 담겨져 있다. 이 유리화를 둘러보는 것은 신·구약성경을 읽는 것과 같다. 그러나 성경을 단숨에 다 읽을 수 없는 것처럼, 이 유리화도 짧은 시간에 다 볼 수 없다. 또 이 경당의 모든 기둥은 화려한 색으로 꾸며져 유리화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회중석의 양쪽 기둥에는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조각상이 설치돼 빛으로 가득한 이곳이 세상에서 미리 볼 수 있는 천상의 세계임을 알려 준다. 생트 샤펠도 오랜 세월 동안 프랑스의 역사 현장을 지켜보며 운명을 같이 했다. 특히 프랑스 대혁명(1789~1794년) 때, 이 경당 유리화도 많이 손상됐지만 후에 부분적으로 보수됐고 1862년에는 국가 역사기념물로 지정됐다. 197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는 본격적인 보수 작업이 진행됐다. 도심의 공해와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건축물과 유리화가 급속히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물 보수와 깨진 유리와 납선 교체, 보호 유리창의 설치, 방문객 숫자 등을 제한한다. 생트 샤펠과 유리화의 보수 작업에 들어간 비용은 예술을 아끼고 사랑한 사람들의 기부를 통해 대부분 마련됐다.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