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받으러 온 사람들 중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과에 오신 분들도 많아요. 의자에 어떻게 앉는지 몰라서 고민하는 분들도 계시죠.”
지난 10여 년 간 이주민 노동자들과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무료로 치과 진료를 해온 이돈오(힐라리오·54·광주 조봉본당) 원장은 “솔직히 우리처럼 구강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는 분들을 상대하다보면 힘들다”고 말하며 “그래도 하고나면 내가 뭔가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죠”라고 덧붙인다.
“가장 힘든 것은 꾸준함을 유지하는 거예요. 매번 같은 시간에 빠지지 않고 가야한다는 건 쉽지 않아요. 저도 어쩔 때에는 가기 싫기도 하고 정말 쉬고 싶은 때도 있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왔다갔다 하다보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 원장은 매주 수요일 오후와 매달 둘째 주일 오후에 광주 광산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3층에서 무료 치과 진료를 한다. 사실상 쉬는 시간 대부분을 봉사에 할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의 마음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오시는 분들 중에는 의료보험 해택을 받을 수 없는 분들도 계세요. 약 값도 벅차하는 분들도 많죠. 그런 경우 제가 약국에 부탁해서 조금이라도 싸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해요.”
환자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줘야 하는데 시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못해줄 경우가 가장 힘들다는 이 원장은 3년 전 사비를 들여 센터에 진료실을 만들었다.
“그 전 이주민센터는 사무실만 있었고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미사 드리는 것만도 감지덕지였죠. 그러다 처음으로 광산구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생겼는데 이 기회가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사비로 진료실을 만들었어요.”
법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발치를 하거나 약을 주고 다른 시술을 할 수가 없다. 충치 치료와 치석제거 등 간단한 진료 몇 가지 해주는 정도이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 신자들이 이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려고 하는 노력은 부족한 편이에요. 이주노동자들이 와서 미사 참례하는 것도 썩 내켜하지 않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참 슬퍼요. 이주노동자들도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이 사회를 지탱해나가는 구성원인데 그걸 몰라주니 아쉽죠. 다 똑같이 하느님의 자녀자라요. 배척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것이 제가 가장 바라는 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