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삼풍 참사」구조에 앞장선 대한응급의학회장 김세경 교수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8-30 16:24:30 수정일 2012-08-30 16:24:30 발행일 1995-07-30 제 196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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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시의 훈련으로 응급사태 대비해야”
정부 차원 구조체계 정비 시급
응급의학 골격형성에 공로자
『삼풍사고는 모든 면에서 마찬가지 였지만 특히 응급의학 측면에서 많은 교훈을 가르쳐 준 대재난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응급구조에 대한 평상시의 훈련과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든 사람들이 깨닫게 됐을 겁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직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톨릭대학교 의대 강남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김세경 박사(49세)는 『응급구조 체계가 정부차원에서 좀 더 일찍 완벽하게 갖추어 졌다면 이번 사고에서 희생자를 좀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응급의학자의 한사람으로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한다.

특히 사망율은 병원 이송거리에 비례하기 때문에 인공호흡기, 심실제세동기, 기도삽입기, 흡입기, 부목 등을 완벽하게 장착한 구급차가 중상자들을 신속하게 이송해야 하는데도 불행히도 우리나라에는 그런 장비를 갖춘 구급차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번 사고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일단 대재난이 발생하면 소방관과 경찰, 군인, 자원봉사자, 응급처치반, 지원반 비축부, 통신망 보도부 등이 대책본부에 설치되고 이를 총괄지휘하는 체계가 구성돼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소방서가 총지휘를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닥이 잡혀갈 것입니다』

이번 사고에서 지휘체계의 혼란이 구조작업 등 사고수습에 많은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지적한 김박사는 앞으로는 지휘본부의 강력한 통제하에 모든 사고처리가 일사분란하게 처리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김박사는 사고 당시 갑자기 몰려드는 환자로 병원 기능이 마비되는 현상인「대량재해에 따른 제2차 병원재해」를 상당히 우려했지만 병원내에 거주하는 60여명의 수녀들과 모든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나서서 응급처치가 마무리 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구조된 부상자 등 참상을 모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신적 치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김박사는 악몽과 불안감, 자신만 살았다는 죄책감, 우울증 등이 계속될 경우 가까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에서 일반외과를 전공함으로써 한국을 비롯, 미국에서도 외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김박사는 현재 대한응급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우리나라 응급학회의 체계를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박사는 금년 1월에 정식으로 응급의학과를 각 대학에 설치될 수 있게 인가되고 11개 전문대학에서 2년과정으로 7백50여명의 응급구조사가 양성되고 있다고 밝히고 이러한 인력양성과 정부측의 각성 등이 결합되면 우리나라의 응급의학과 체계도 새로운 발전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