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딸들 앞에 놓인 바리케이트/유영숙 1

유영숙ㆍ미리암ㆍ소설가
입력일 2012-04-16 09:52:23 수정일 2012-04-16 09:52:23 발행일 1996-12-15 제 203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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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2학년 때던가. 여동생하고 서로 자랑 따먹기를 하다가 궁색해지다 불쑥 『나는 남자다』하고 의기양양해 하는 것을 보았다. 딸한테 이쁜 옷 하나라도 더 사주었을 망정 아들한테 알사탕 하나도 더 준적이 없는데 웬 우월감?

『아니 남자란 게 무슨 자랑이야?』라고 내가 질책하며 나서자 이 녀석은 『그럼 아니야?』하면서 남자 우월의 증거까지 댔다.

『엄마들이 윤지 엄마만 보면 아들없어도 되겠니, 하나 더 낳아바라. 막 그러잖아. 남자가 최고니까』

이 아이들이 자라 대학을 졸업하기 시작했다. 딸을 가진 엄마들은 내신 성적때보다 더욱 은밀하게 신랑감 찾기에 골몰한다. 이제 딸이라고 현모양처만으로 주저앉히려는 엄마는 없다. 일과 배우자 남자들에게는 당연한 그것이 딸들에게는 때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마리 토끼를 쫓는 것처럼 당혹스러워 애간장을 태우는 것이다.

딸의 진로는 배우자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할 준비가 되어있고, 아들의 진로는 신성불가침이란 부모들의 인식때문이다. 그러자니 딸들의 장래는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공부를 좋아해도 유학을 보내기 꺼린다. 아들 딸을 같은 자로 잴 수는 없는 것일까.

그 때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아들 딸 조금도 다르게 생각하지 않아』라고.

그래서 물었다. 아들이 외박한 사실을 알았을 때와 딸이 그랬다는 것을 알았을 때 똑같이 심판하겠느냐고 물론 이 친구는 펄쩍 뛰었다.

『그건 말도 안되지! 어떻게 똑같을 수 있어!』부모들은 아직도 딸들의 앞길에만 바리케이드를 치고 싶은 것이다.

유영숙ㆍ미리암ㆍ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