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성소주일-추수할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

입력일 2011-05-17 16:00:43 수정일 2011-05-17 16:00:43 발행일 1983-04-24 제 135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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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일인 4월 24일은 성소 주일이다. 우리는 사제직 수도 생활에 특별히 봉헌되는 성소를 위하여 하느님의 백성 전체가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매년 성소 주일을 지낸다.

실로 오늘의 한국 가톨릭교회는 구도자의 격증과 예비자의 놀라울 증가와 아울러 신도수의 증대에 의한 교회 성장에 상응하지 못하는 심각한 성소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사목자인 사제의 절대 부족은 참으로 안타까울 정도인 것이다. 그러기에「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그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주십사고 청하시오」라고(마태오9ㆍ37)하신 예수님이 오늘도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에 같은 요청을 하고 계심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그 시기가 되면 으레히 치르는 행사로서의 성소 주일이 아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올해의 성소 주일에 즈음하여 하느님께 우리의 일꾼을 보내주십사고 기도하는 가운데 몇 가지 점을 지적 언급하여 한다.

첫째, 성소의 계발 육성에 앞서서 모든 하느님 백성의 신앙 쇄신이 보다 더 긴요하다. 우리의 교회는 참 그리스도의 교회인가? 또 우리의 신앙은 현대에 있어서 복음의 원점에 뿌리박은 참 신앙인가? 그리고 우리들 신앙인은 정말 예수를 따르는 제자다운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을가?

물론 우리는 우리의 교회가 복음적인 참 교회이며 우리들 역시 참 신앙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이고 또 우리는 유혹과 죄에 빠지기 쉬운 나그네이기에 끊임없는 회심과 쇄신이 꼭 필요하기 마련이다.

「옛 생활을 청산하고 정욕에 속아서 썩어져 가는 낡은 인간성을 벗어버리고 오히려 마음과 생각이 새롭게 되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입는」 (에페소4ㆍ22~24참조)

신앙에 매일 살아야 하기에 말이다.

우리가 책임 있는 신앙에 충실히 살고 있다면「좋은 양들로부터 좋은 목자도 나온다.」는 아우구스띠노의 말과 같이 성소의 문제가 하느님의 뜻대로 해결 안 될 리 없다.

둘째, 성소의 발을 가정이며 그 성소는 가정과 공동체를 통한 신앙 교육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성소의 온상(溫床)은 신앙 공동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사제나 수도자의 양성은 우선 먼저 가정에서 시작돼야 한다. 어릴 때부터 기도하는 훈련 말씀에 살기 위한 기초적 양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가정에서 신앙 교육이 충실해지기 위해서는 신앙 공동체가 육성되어야 한다. 어린이의 신앙 교육에 대한 실천적 체험에 뿌리박는 나눔의 장소로서 신앙 공동체가 중요한 것이다.

셋째, 성소자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정책과 시설에 대한 구체적 대책의 수립이 시급하다. 오늘날 한국 가톨릭교회도 성소에 응답하고 특히 성직을 지망하는 지원자의 일부만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문교종 책상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으나 이는 정책적 차원에서 해결토록 노력하는 한편 교회 당국이 특수하게 양성 계획을 수립해서 수행하는 길이 없는지 한번쯤 교려할 만한 것이다.

넷째, 성소의 수령적 확실에 급한 나머지 성소 응답자의 자질과 영성을 조금이라도 등한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사제의 절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적 해결이 중요하지만 질적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한국 교회가 훌륭한 성직자 수도자를 가지려면 처음부터 훌륭한 지망자를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소 응답자의 추천에서부터 신중하고 엄격하여야 한다. 실제로 성소의 문제는 수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과의 인격적 관계라는 성서적 개념에 바탕한 소명으로「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 (마태오22ㆍ14)는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신학교의 체제와 교육 내용 및 영성 지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쇄신이 필요하다.

「수적으로나 능력으로 충분한 지도자들과 교수들을 확보하고 필요한 재정이 보장돼 있어야 한다.」라고 한국 교회 사제 양성 지침 21항에 규정돼 있는데 사실 그러한가? 신학생들의 영성 지도는 합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한국에 뿌리박은 신학으로 순례하는 하느님의 백성, 선교하는 하느님의 백성의 지도자로서 충분히 양성되고 있는가? 특별한 애정과 사목적 관심을 쏟아야 할 주교단은 물론이려니와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이 신학교 당국의 고충을 이해하며 그 어려운 문제의 해결에 협조하여야 하겠다.

여섯째, 한국 가톨릭교회는 창립 2백주년을 맞는 은혜의 때에 즈음하여 우리의 조상들이 성직자를 모시기 위해서 피 땀을 흘리는 온갖 노력을 다 하였던 사실을 상기하고 이 땅의 그리스도 백성들의 힘으로 사제 양성을 할 수 있게 신학교의 경제적 자립을 기필코 성취하여야 하겠다.

일곱째, 사제 수도자 성소뿐만 아니라 종신부제직에의 성소에 관심을 쏟고 성사론적 이유에서와 사목적 선교적인 현실적 이유에서 종신 부제의 부활에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 선교 생활에 특별히 봉헌되는 선교사 성소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어떤 사명을 띠고 파견되는 것이라고 생각할진대 더욱 그러한 것이다

우리는 성소 주일에 즈음하여 구약성서의 한 정경을 상기하여야 하겠다. 그것은「야훼의 천사가 떨기 가운데서 이는 불꽃으로 모세에게 나타났다. 떨기에서 불꽃이 이는데도 떨기가 타지 않는 놀라운 광경을 모세가 보려 할 때 하느님께서「모세야 모세야」하고 부르셨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너는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에집트에서 건져내라」고 말씀하셨다」라는 출애급기 3장의 기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