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이기헌 신부
“함께 살아가는 연습 필요”
천명이 안되는 탈북자도 잘 대해주지 못하면서 통일이 되면 어찌 하겠는가
우리 나라가 안고 있는 현실 가운데 하나가 남북분단이다. 동족끼리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러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집을 잃고 가족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수백만의 이산가족의 문제는 빨리 해결디어야 할 문제이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과 민족의 화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우리민족에게 너무나 부족해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연습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어글리 코리안으로 배척받는 것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자기만 알고 공동체나 이웃을 생각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다. 우리는 통일 후에 우리와 모든 면에서 너무 다른 북녘 형제들과 함께 살아갈 때 많은 어려움과 부딪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 민족이 기본적으로 이웃들과 함께 잘 살아갈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80여명의 탈북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유를 찾아, 인간적인 삶을 찾아 혹은 굶주림에 견디다 못해 목숨을 걸고 남쪽 땅으로 찾아왔다. 이들은 말한다. 『천명도 안되는 우리도 잘 대해주지 못하는데 통일이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우리 교회와 신자들이 깊이 생각할 문제이다.
민족의 화해를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50년에 걸쳐 쌓아왔던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전쟁으로 인해 생긴 증오와 한을 푸는 것은 물론 꾸준한 인내를 가지고 화해를 위해 애쓰고 협력하는 일이다. 최근 탈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식량난이 심각하여 비참하기 이를데 없다 한다. 그동안 많은 종교단체와 민간단체에서 많은 양의 식량을 지원해 왔지만 계속하여 식량지원을 하여야 한다.
훗날 희년의 주인이신 주님과 북녘의 형제들로부터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마태오 25장)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조광 교수
“북돕기는 신앙고백”
화해를 주창하다 매도될지도 모르지만 참된 평화의 원칙을 포기할 순 없다.
서울대교구에서는 광복 50주년 및 분단 50주년의 해인 1995년 3월 1일 민족화해위원회를 발족했다. 민족화해이원회가 발족한 이후 민족 내부에 있어서의 화해를 위한 노력이 도처에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 노력은 우선 교회 내에서 확산되었다. 아마도 민족화해 운동사를 미래의 어느 날 누가 집필하게 된다면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시도했던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노력을 높게 평가할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화해를 논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동포애와 인류애가 진정 그리스도적이라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녘 형제를 위해 자신이 가진 바를 북녘의 형제들과 나누고 혹시라도 자신의 마음에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면, 그것부터 청산하여 상호 신뢰의 마음을 다져나가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몇 가지 사항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우선 거짓 평화를 경계하고, 참 평화를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말씀과 우상에 양다리를 걸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하느님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화해를 실천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마음에 가로놓인 분단의 경계선을 우선 우리부터 철거시켜야 한다.
화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기 희생이 요청된다. 화해를 실천하다가 우리는 몽상가로 매도될 수 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밝혀주신 참된 평화와 화해의 원칙은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녘동포와 화해하고, 이를 증거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바를 구체적으로 나누어야 한다. 지금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전개하고 있는 「북녘 형제와 국수나누기 운동」을 비롯한 각종 운동에의 참여는 오늘의 우리가 행할 수 있는 신앙고백이요 순교인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실천적 행동은 우리의 스승이요 어버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