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들, 대자들, 그 친구들 몇 명과 함께 5년째 독서모임을 한다.
주일 아침에 모이는데, 한 주는 책 읽고 얘기하고, 한 주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얘기한다. 가끔 함께 좋은 강의나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인천교구 소사본3동본당에 가서 연합뉴스 노종면 기자의 특강 ‘언론,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를 들었다.
이 모임을 처음 시작하면서 나는 딸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딸들과 대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딸들이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지 등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둘째딸이 열심히 청소년인권활동을 하는 데도 이러한 소통이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또 우리 가족은 3년째 독서기록표를 벽에 붙여놓고 적는다. 첫 해에는 50권, 그 뒤로 해마다 10권 씩 늘려 올해 책 읽기 목표는 70권이다. 모두 목표에 이르는 건 아니지만 큰 자극이 된다.
책을 읽고 나서는 책이름과 짧은 소감을 적는다.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아 최근에 누가 무슨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딸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은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거나 사준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그해 가장 기뻤던 일, 슬펐던 일과 함께 가장 좋았던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책 읽기는 활용하기에 따라 식구끼리 소통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형제, 친지, 이웃과도 책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생일, 명절, 새해 등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나 인사치레해야 할 때는 주로 책을 선물한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사람은 인터넷서점을 통해 보내고, 직접 만날 사람에게는 간단히 카드를 써서 함께 준다. 책 받을 사람의 관심사, 취향 등을 곰곰이 생각해 기뻐할만한 책을 고르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되도록 우리가 읽고 좋았던 책 가운데서 고른다. 그래야 나중에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그 책을 읽은 느낌을 나눌 수 있다.
본당 사목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가정 단위로 참여하도록 기획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부모 따로, 자녀 따로, 부부 따로, 여성 따로, 남성 따로 참여하도록 기획한다.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성체성사도 특별한 날을 빼고 따로 참여한다. ‘통합’사목이 아니라 ‘토막’사목이다.
독서사목은 처음부터 가정 단위로 참여하도록 기획했으면 한다. 본당 안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 때부터 가족 단위로 와서 애 어른 모두가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한다. 최근에 늘어나는 어린이도서관이 그렇게 짓는다. 책을 갖추어 놓을 때도 가족 구성원 모두 만족하도록 신경 쓴다.
더 나아가 독서왕 가족 시상, 독서 가족 캠프, 가족에게 책 선물하기 캠페인 전개 등 가족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사목프로그램을 다양화해서 가정 안에서 행복한 책 읽기를 돕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