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년. 임진왜란이 끝난 지 12년이 되던 그 해. 일본의 세르게이라 주교는 벅찬 가슴을 안고 새 성당을 봉헌했다. 임진왜란 당시 포로로 잡혀온 조선인들이 피와 땀으로 지은 ‘로렌소(라우렌시오)’ 성당이었다. 2010년. 설립된 지 꼭 400년이다. 그 조선인들의 후손과 일본인들이 함께 나가사키 나카마치 성당에 섰다. 10일 나가사키 교구는 성 로렌소성당 400주년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앞서 데 루카 렌죠 신부(26성인 기념관장)는 ‘신앙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성 로렌소 교회’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당시 이곳에는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혀온 많은 조선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 사제는 편지에서 한 해에 2000명 정도 세례를 받을 만큼 대단한 수확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로렌소본당 주임신부는 조선인에 대해 “하느님과 거룩한 신앙교리를 경청한다”고 기록에 남겼다.
다카미 미쯔아키 대주교(나가사키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전 대구대교구장), 장익 주교(전 춘천교구장)의 주례로 미사가 시작됐다. 다카미 미쯔아키 대주교가 강론에서 말했다. “당시 조선인들의 모범적 신앙을 생각해 봅니다. 일본인들 가운데 임진왜란을 침략이라고 말하기 싫어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것은 ‘침략’입니다.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조용해졌다. 일본 땅으로 끌려온 신앙 선조들이 눈물로 세운 특별한 성당. 모금이 충분하지 않아 건물은 작고 소박했었다. 지금은 비록 일본의 박해로 파괴됐지만, 순교자 라우렌시오를 수호성인으로 모신 ‘꿈’이 담긴 성당이었다.
미사가 끝났다. 참례한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 한마음으로 퇴장성가를 불렀다. 이날은 조선인 신자들처럼 모진 박해를 견뎌내다 하늘로 오른 라우렌시오 성인의 축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