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윤리백신 프로그램」 개발한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10-06-25 00:00:00 수정일 2010-06-25 00:00:00 발행일 1998-03-22 제 209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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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윤리적 판단수준 향상 주 목적” 
의대생 대상 실시…큰 반향 불러
비윤리적 사례 미리 경험해 예방
의사 설문결과 10가지 공통고민 내용을 의대생들이 토론 벌여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잘잘못의 판단을 자신의 양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도덕적 수준을 높이는데 뜻이 있습니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돈보스크ㆍ51ㆍ서울 압구정본당) 교수가 전문직 종사자들을 위한「윤리백신 프로그램」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윤리적 판단수준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 말뜻 그대로 비윤리적 사례를 미리 경험케 해서 예방하자는데 취지가 있다. 그 대상자는 전문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외국의 경우엔 예전부터 「전문가 도덕성 훈련 프로그램」으로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갈수록 물질주의가 드세지고 있는 이 시대에 자신의 양심을 지켜나가기란 힘든 법. 더욱이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자신의 과오를 판단할 법적인 구속력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양심에 의거할 수 밖에 없다고 문교수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낙태, 성별감별 등을 환자에게 해주는 건 분명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사회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자신과 가깝거나 정말 애처로운 환자들이 애원하게 되면 의사들도 사람인데 많이 당황하게 되겠죠』

문교수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윤리백신 프로그램」은 예비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작년 3월 서울대 의대 본과 1,2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문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앞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배포했다. 그 설문 내용은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겪는 윤리적, 양심적 고민을 묻는 것. 여기서 공통고민 10여 가지를 추려낸 문교수는 그 내용을 의대생들에게 토론케 한다.

『의대생의 경우엔 아직 현실적으로 이런 문제에 부딪쳐 보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이 낙태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선배들의 사례집을 읽어보곤 많이 놀라더군요. 자신도 선배들과 같은 경우라면 많이 흔들릴거란 생각을 하게된 거죠』

이렇게 시작된 「윤리백신 프로그램」은 그 해당자들이 의사가 됐을 경우까지 계속 이어진다. 다시 말해 의사로 활동하면서 기존의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앞으로는 변호사, 교사 등 다른 전문직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적용시킬 계획입니다.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