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 시] 성령의 그느르심으로

부상호 (안젤로·제주 광양본당)
입력일 2010-06-23 04:01:00 수정일 2010-06-23 04:01:00 발행일 2010-06-27 제 2703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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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 마리애는 군대이다

이 군대는 본디 로마군단을 본뜬 것이며, 명칭도 거기서 따왔다

그렇지만, 레지오 마리애의 조직과 무기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모든 군대는 무기로 무장되어 있다

그 무기로써 사람을 죽인다

레지오 마리애 역시 군대이니, 무기가 있다

그 무기는 사람을 죽이는 총이나 칼이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총이나 칼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의 혀이다

꼬미씨움 회합에서,

이 세상 무기처럼 쓰이고 있는

그런 혀를 보았다

그 혀의 무기가 밉고, 무서워

레지오라는 군대에서

탈영하고 싶다

막 울타리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레지오 교본에서 ‘그느르다’라는 어휘가 슬쩍 보인다

‘돌보아 보살피어 주다’, ‘흠이나 잘못을 덮어 주다’

사전에서 이런 뜻풀이를 보았다

‘성령의 그느르심으로 잉태하신 마리아’…

성모님!

그들 혀의 잘못도,

탈영하려는 나도 눌러보시어

모두 다 그느르시어 주시옵소서

부상호 (안젤로·제주 광양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