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꽃과 아이들 /맹주형

맹주형·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부장
입력일 2009-04-15 00:00:00 수정일 2009-04-15 00:00:00 발행일 2009-04-19 제 264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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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곳은 수원에 있는 칠보산 자락입니다. 지난 주말엔 동네 길가에 가득 핀 벚꽃 잎 에 아예 마을이 파묻혀버렸습니다. 눈부신 꽃잎과 날씨에 가만있을 수 없어 아이들 손잡고 칠보산에 올랐습니다.

예로부터 이 산에는 산삼, 잣나무, 금, 맷돌, 절, 장사, 황계수닭 등 7가지 보물이 많이 있었다 하여 ‘칠보(七寶)산’이라 불립니다. 산 높이가 300미터가 채 되지 않는 아담한 산이고 산등성이도 길고 편해 주말이면 아이들과 자주 갑니다. 산 밑에 가득 핀 벚꽃 길을 지나 용화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가파른 언덕길은 이름 하여 ‘죽산길’입니다. 이 동네에 이사 와 처음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오를 때 정상 근처에서 물이 흘러 그 길이 죽같이 젖어 있어 우리끼리 붙인 이름입니다. 그 길에 진달래꽃이 가득합니다. 앞서가던 둘째가 꽃잎을 따 입에 뭅니다. 아빠도 달라 하자 “꽃술에는 독이 있으니까 술은 떼고 꽁지를 빨면 꿀이 나와요”하며 자랑스럽게 시범을 보입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 대안학교인 칠보산 자유학교에서 산에 오르며 배운 모양입니다. 꽃술을 떼고 아이가 건네준 꽃잎을 입에 무니 연하게 꿀맛이 번집니다. 진달래한테는 미안했지만 진달래 꽃잎 몇 개 더 따 입에 물고 흥얼거리며 산에 올랐습니다. 자연 속에서 함께 배우고 크는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저도 배웁니다.

칠보산 꼭대기인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산꼭대기에서 들고 간 물 한 모금씩 나누어 마시고 아이들 학교가 있는 메타세콰이어 숲길로 내려왔습니다. 내려가는 길 가에 흐드러진 꽃잎과 아이들이 구분되질 않습니다. 모두가 친구이자 자연입니다. 그 길에서 도시 삶의 피곤함과 무게 모두 내려놓고 가뿐히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자연이 제겐 큰 스승입니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