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죽음의 공포 이렇게 극복하세요”
벌써 여러 차례 만나봤지만 그 때마다 웃음 지을 수밖에 없다. 조금 벗겨진 머리에 하얀 눈썹과 큰 코. 주위가 떠나갈 듯 큰 웃음소리와 천진난만한 표정. 유명 패스트푸드 점 앞에 선 캐릭터를 보듯, 넉살 좋은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는 느낌이다.
“생긴 것만 이렇죠. 한국말 잘하잖아요. 한국 사람이에요.”
소선도 신부(요셉.72.과달루페 외방선교회)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67년. 올해로 꼭 40년째다. 40년 내내 한국에 있지 않았으니 의미 두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그래도 한국만큼 그가 오래 있었던 곳도 없다.
“어디 가서든 기쁜 마음으로 일한다는 생각으로 하느님만 바라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느님은 한국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주시더군요.”
소신부는 소명을 따라 서울대교구와 광주대교구를 오르내리며 본당사목을 담당했다. 서울 성수동본당에서는 본당 인근 공장 근로자와 영세민들을 위한 야간학교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암울했던 1970년대. 소신부가 세운 야학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에게는 등불이었고 희망이었다.
환갑을 넘긴 1996년에는 유학을 감행(?)했다. 젊고 팔팔한 신학도가 그득한 로마 카밀리아노 대학에서 소신부는 원목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본당 신부로 일할 때도 늘 환자들을 위한 사목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학위를 받은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전남 순천 성 가롤로병원과 서울 국립의료원, 건국대학교 병원 원목실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 초대 지도신부를 맡아 가난한 이들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기도 했던 소신부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봉사한 공로로 지난 2002년에는 명예 서울 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평생 가난한 이들과 환자들 곁에서 사랑을 베풀었던 소신부. 한국에 온지 40년 만에 외도 아닌 외도를 했다. 최근 소신부는 ‘불교와 그리스도교 사상, 고통 앞에서’(과달루페외방선교회/170쪽/비매품)를 펴냈다.
이 책은 소신부가 로마 유학 당시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 ‘고통 질병 죽음, 불교와 그리스도교 사상의 비교’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 논문은 이미 지난 1999년 멕시코에서 책으로 발간돼 재판을 찍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소신부는 책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매일같이 직면하는 고통과 질병, 죽음에 대해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극복해가라고 가르치는 지를 서술하고 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소신부는 각 언어권에서 발간된 불교 그리스도교 관련 서적을 자료 삼아 불교와 그리스도교 신자가 고통과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책에는 소신부가 원목활동을 하며 본 불교와 개신교 신자들의 모습을 토대로 타종교 신자들이 맞이하는 질병과 죽음의 모습이 과연 그리스도교 신자와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설명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이 책을 통해 두 종교가 서로 깊이 알고 존중함으로써 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소신부는 “두 종교가 상호 대화하는 데 토대가 됐으면 하는 소망에서 이 책을 썼다”며 “특히 고통 중에 있는 환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설명하는 고통과 질병,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서문의 02-334-2979 과달루페 외방선교회 도 가브리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