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 역할에 교회가 적극 참여를”
하루 38.39명이 스스로 목숨 끊어
자살진료 전문가 양성 등 지원 필요
‘스스로 죽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터넷사이트는 각종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개를 친다. 생계형 동반 자살 소식이 연일 언론을 장식한다.
지난해 경찰청 통계 자료에 의하면 하루 약 38.3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자살 소식에 점점 무감해지는 생명윤리의식의 부재다.
자살예방 교육 및 홍보
한국자살예방협회(사이버상담 www.suicideprevention.or.kr, 1577-0199)는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고자 발족된 순수민간 기관이다. 현재 김수환 추기경이 협회 고문을 맡고 있는 이 기관에서는 자살예방 교육 및 홍보, 학술연구, 사회제도개선, 위기개입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협회 이홍식 회장(요한.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은 “자살은 몇몇 전문가 도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자살 관련 위험인자를 제거하고 자살 진료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의 제도적 지원은 물론 사회안전망 구축에 전 국민이 함께 나서야한다”고 강조한다.
교회의 역할
“현재 정부에는 자살예방 및 사후 지원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이 없고, 자살예방법도 아직 국회의결을 통과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때 무엇보다 가톨릭교회가 대체 사회안전망의 역할에 능동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합니다.”
이회장은 “한국사회 만큼 다양한 종교가 각각 발전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는 드물다”며 “그러나 종교인구의 증가가 자살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듯 하다”고 말했다. 실제 각 종교 공동체 안에서의 구성원간의 관계가 형식적인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회장은 현대사회 안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좋은 친구와 공동체의 참여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가족과 이웃과의 자연스러운 대화 안에서 서로 기대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해왔다”고 밝힌 이회장은 “현대인들은 급격한 경제발전과 가치관의 전도는 정서적 발달 부족과 상대적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고 설명한다. 또 우리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개인의 이야기를 모르는 타인에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고정관념이 잔재해 상담문화 또한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영적건강도 매우 중요
특히 이회장은 “현대사회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 뿐 아니라 영적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며 “교회는 올바른 가치관을 제시하고 내면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사회정책을 세우는데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자살자의 30% 가량은 정신병을 갖고 있지만 70%는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이회장은 “삶에서 스트레스는 필연적으로 생기며,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즉각 처리하는 노력”이라며 “자살을 개인의 우유부단하고 약한 의지, 정신적인 문제라는 편견을 갖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공동의 책임감으로 사회병리에 대한 징후와 원인을 규명하며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돕지 않는 사회, 특히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는 존재의 의미도 삶의 가치도 없는 사회입니다. 사람에 대한 편견없이 더불어 사는데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