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반신불수 어머니 6년째 수발 이레지나 양

김재영 기자
입력일 2005-01-16 10:27:00 수정일 2005-01-16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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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지나 양이 아버지 이길수씨, 어머니 유금옥씨와 함께 자격증 취득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음식관련 자격증도 5개나 취득

‘현대판 효녀 장금이’ 칭송

『사고만 나지 않았더라도 엄마랑 쇼핑도 가고, 여행도 가고 했을 텐데…. 엄마가 빨리 나아서 우리 가족이 늘 웃는 날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6년째 기억을 잃은 채 병석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수발해온 여고생이 음식관련 국가기능자격증 5개를 잇따라 따냈다. 전주교구 소양본당 이레지나(레지나.18.전주 한국전통문화고)양이 그 주인공. 이양은 어머니 유금옥(데레사.46)씨를 대신해 집안 살림까지 하면서 고교 3년 동안 한식과 양식, 중식은 물론 제빵, 칵테일(조주) 자격증까지 따면서 학교에서는 최고의 「장금이」가 됐다.

이양은 『시험기간에도 어머니 병 수발로 인해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힘들다 생각하면 더 힘들 것 같아 잊기 위해서도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단란했던 이양의 가정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은 지난 99년. 아버지 이길수(야고보.47)씨와 함께 여느 때처럼 건축현장에 나갔던 어머니 유씨가 20m 높이의 크레인에서 페인트칠을 하다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반신불수의 식물인간이 된 유씨는 수술에 수술을 거듭한 끝에 가까스로 흐릿하게 의식을 되찾았지만 가족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3살 수준」의 기억만 갖고 있다.

이양은 사고 직후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빨래와 청소 등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주말과 방학에는 병원을 찾아와 아버지와 교대로 어머니를 목욕시키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궂은 수발을 들었다. 조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어머니 대신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요리에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1학년 때 담임을 맡은 강옥수 교사는 『대학의 음식관련 졸업생들도 요리 관련 자격증을 1~2개 따는게 보통인데 이양은 요리에 남다른 재주가 있는 것 같다』면서 『레지나는 음식을 만들 때처럼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며, 힘들어도 내색 없이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은 학생』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엄마가 가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했던 말을 계속하곤 하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가 제일 좋다』며 『빨리 완쾌해 함께 웃으며 가족사진도 찍고 여행도 가고 싶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매일 아침 저녁이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한다는 이레지나양. 이양은 『호텔이나 외식업체를 경영하는게 꿈이지만 가장 큰 바람은 엄마가 빨리 나아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며 소망을 밝혔다.

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