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제 표류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3-06-29 09:11:00 수정일 2003-06-29 09:11:00 발행일 2003-06-29 제 235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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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출국 등 인력난 심각해질 듯
산업연수생제 병행기간 단축해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 법안이 여야간 정쟁과 경제단체 등 이익집단간 다툼으로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8월까지 출국 시한이 연장된 불법체류자 20만명의 강제출국이 불가피해 지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또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문제가 점차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던 외국인노동자 관련단체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18일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 제도를 병행해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간 타협 실패로 6월 임시국회에서의 고용허가제 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고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무마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산업연수생제가 병행 실시될 경우 이를 이용해온 업체는 앞으로도 계속 산업연수생제를 활용할 수 있고 외국인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업체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외국인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고 급격한 임금상승을 부담해야 하는 고용허가제 보다는 기존의 산업연수생제도를 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국 고용허가제의 실질적인 도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인권침해 등 산업연수생제의 폐해는 여전히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무부는 당초 3월말이었던 불법체류자 출국시한을 고용허가제 도입을 조건으로 5개월 연장해 준 만큼 출국시한을 또 다시 늦출 수는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도입이 난항을 겪자 외국인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법무부의 단속 이전에 도시 근교의 외진 곳이나 산간 오지에 숨어살다가 여건이 나아지면 돌아오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 불법체류자 추가 양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산업연수생제와 고용허가제의 병행실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이 기간 동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를 보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6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다면 7∼8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서라도 외국인 노동자 대란이 오지 않도록 여야와 정부가 고용허가제 문제를 조속히 타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노동자 관련단체 관계자들은 『병행실시라는 과도기도 곧 고용허가제 전면도입을 위한 중간단계이지, 일부의 반발을 메우기 위한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된다』면서 『주먹구구식의 때우기 행정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힘없고 약한 외국인노동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용허가제 도입은 산업연수생제의 폐해를 막고 외국인 노동자를 우리와 동등한 노동자로 대접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정부가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외국인노동자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