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류제옥 수녀의 성서말씀 나누기 (98) 전능하신 ‘심판’의 하느님 (나훔서)

류제옥 수녀(마리아·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입력일 2002-11-17 10:11:00 수정일 2002-11-17 10:11:00 발행일 2002-11-17 제 2323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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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훔 예언서는 아시리아의 수도 「니느웨」를 규탄하는 심판 신탁으로서 여기서 전하는 가르침을 살펴보고자 한다.

나훔은 예레미야와 동시대 인물로 고향은 「엘코스」출신으로 성전 제의식과 활동에 정통한 성전 주변에 머문 예언자로 추정한다.

『야훼께서 위로하시다』라는 나훔 이름 그대로 자기 민족을 격려하여 억압과 고통 중에 있던 유다 백성을 위로하며 악행자의 말로를 생생히 묘사한다.

본 예언서에 나타난 문체로 보아 이스라엘의 예언자 중 뛰어난 시인으로 그의 시적(詩的) 천재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짧은 양이지만 예언자 설교의 모든 특징들이 들어있으며 「요나」 「요엘」서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

선포

나훔서는 히브리 문자의 알파벳 순서를 따른 시편(acrostic詩:1, 2~8) 형식으로 시작되며, 유다에 구원을 선포하는 언사와 아시리아의 수도 「니느웨」의 멸망을 예언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느님께서는 예언자 나훔을 통해 니느웨의 멸망을 선포하신다(1, 1~ 14). 심판은 징벌과 구원이라는 짝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니느웨에 대한 징벌은 유다왕국에 대한 구원을 뜻한다.

나훔의 아시리아 멸망 예고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에 대한 그의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분은 전 우주를 다스리시는 주님이요, 역사의 주님으로서 사건들을 이끌어 가신다.

나훔은 아무도 맞설 수 없는 전능하신 하느님을 제시한다. 야훼께서는 당신 적들에게 분노를 가득 품고 계시면서 복수를 하는 분이시다(1, 2). 즉 억압자에게는 원수를 징벌하시는 심판의 하느님이시고 동시에 충실한 백성에게는 해방시킬 권능을 가진 어진 분으로 나타내고있다. 이렇게 하여 역사 속에서 정의가 실현된다.

이 단락에서 특기할 것은 구원의 기쁜 소식에 대한 확고한 신앙이 저변에 깔려 해방의 축제 분위기가 고조된다(2, 3). 따라서 찬미가로 응답하는 예식 예언의 성격이 드러나 있으며, 야훼의 통치에 역점을 두고 있다

부정부패에 대한 대가

나훔은 니느웨가 공격당하고 혼란에 빠지고 무너지는 모습을 전한다.

니느웨가 멸망당하게 된 원인이 니느웨의 죄악에 있음을 지적한다(3, 1~11). 그리고 니느웨는 지금까지 수만 가지 불의를 자행했기 때문에 비수를 받아 마땅한 것이다(2, 4~ 14). 특히 자기 이권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지리 않는 금수같은 만행은 바로 간음한 여인처럼 벌을 받을 것이다. 이제 니느웨는 구원받을 아무런 희망도 없는 부정 부패가 극에 달한 상황에 처한다. 자기 이득을 위해 이웃을 살인하면서도 모르는 이 비정한 세태에 하느님의 심판이 불가피함을 일러주고 있다(3, 12~19).

니느웨의 최후는 이제 이집트의 데베스 같이 멸망할 것이며(3, 8~ 18),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않았을 때 『몸에 오물을 끼얹는』 수모를 당하여 하느님과 사람에게 조소거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3, 6). 이는 아무리 힘이 막강하여도 그 최후는 한줌의 재가되는 것으로 인간이 가진 힘의 무력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하여 야훼만이 역사의 주인이시라는 엄연한 사실을 부각시킨다(2, 14).

나훔서는 한 나라가 민족적, 국가적으로도 정의로운 생활을 해야 된다고 역설한다. 만일 하느님의 지배와 거룩한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는 반드시 재난과 멸망이 오리라고 말한다. 국가간의 윤리적 원리를 강조하는 나훔서의 메시지는 오늘날의 국제간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교훈이다.

류제옥 수녀(마리아·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