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명. 지난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미군 9백56명 가운데 우리 경찰과 검찰에 의해 수사받고 재판을 받은 미군 숫자다.
단 3.5%에 불과한 수치다. 「한미 행정협정」이라고도 불리는「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에 따라 미군측의 요청이 있으면 한국측은 재판권을 포기해야만 했던 결과다.
그리고 지난 7월 24일 주한미군은 독극물 한강 무단 방류사건과 관련해 뒤늦게 공식 사과를 했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주한미군이 한국 국민에게 공식 사과를 한 것은 한국에 주둔한 지 5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문제로 들끓던 우리 국민의 여론이 가라앉지 않았다. 사과의 방식이나 내용이 직접적 피해자인 서울 시민을 포함한 한국민의 정서를 흔쾌히 만족시키기에는 미흡했던 탓이다.
참으로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이 협정은 예속적이고 반평화적이다. 「한미행정협정」이라는 명칭부터 한국과 미국이라는 국가대 국가가 아닌, 한국과 미 행정부 간의 협정이라는 미국 정부의 시각이 전제된 것이어서 우리나라로서는 굴욕적인 표현이다.
8천25만평.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땅의 규모다. 인구 1000만이 넘는 서울시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 땅을 우리나라는 96곳에 주둔하고 있는 3만6000여명의 주한미군을 위해 단 한푼의 사용료도 받지않고 내놓고 있다.
십수조원에 이르는 금싸라기 땅을 사용하고 있는 미군의 한반도 주둔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한마디로 불평등한 한·미간의 주둔군 지위협정은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 미국이 독일, 일본과 체결한 협정은 대체로 형평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살인, 강도, 강간범은 기소전이라도 신병을 넘겨받도록 되어 있고, 독일은 미군부대 환경오염을 조사할 수 있다. 미국과 독일, 일본의 관계는 협정 체결 당시 패전국과 점령국의 관계였으나 우리와 미국은 동맹국의 관계에서 SOFA를 체결했다.
더구나 우리는 미군주둔비용을 독일의 6.8배, 일본의 4.2배를 지불하고 있다. 왜 패전국과 맺은 협정보다 우리가 더 불평등한 조항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반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지역내 주둔필요성이 감소된 것은 아니다. 남북화해 분위기라도 그렇다. 무엇보다 우리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과거 어려울 때 피를 흘리며 도와준 혈맹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도 없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의미와 중요성이 훼손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SOFA개정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지난 2일과 3일 한. 미간의 SOFA 개정 협상은 과연 만족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