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 교황 몽골 사목방문 이모저모

몽골 울란바토르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3-09-05 수정일 2023-09-08 발행일 2023-09-10 제 335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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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목마름 채워줄 사랑이라는 음료가 돼 주십시오”
평화 중심의 몽골 외교 정책에 주목
몽골 사회에 가톨릭교회 관심 촉구
적은 신자 수·무관심에 연연치 말고
끊임없이 하느님 사랑 전할 것 당부 

9월 1일 몽골 울란바토르지목구 본부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중 나온 신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목방문을 통해 몽골 사회에 가톨릭교회의 존재를 알리고, 몽골의 1400여 명의 신자들과 선교사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해 달라고 격려했다. 4일 동안 이어진 교황의 사목방문 현장을 알아본다.

■ 몽골 전통식 환대

8월 31일 오후 로마에서 출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 1일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교황이 전용기에서 내리자 몽골 전통의상을 입은 한 여성이 교황에게 다가가 몽골 전통 유제품인 ‘아롤’을 건넸다. 몽골에서는 찾아온 손님을 환대하기 위해 아롤 등 전통 음식을 내어놓는 풍습이 있다. 교황은 웃으며 아롤을 먹어 환대에 응답했다. 교황은 이날 아무 일정 없이 울란바토르지목구 본부에서 여독을 풀었다.

9월 2일 오전 몽골 정부는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칭기즈칸 광장)에서 공식 환영식을 열었다. 광장에는 몽골 신자뿐만 아니라 홍콩, 베트남, 태국 한국 등지에서 온 신자들이 ‘비바 파파’를 외치며 교황의 몽골 방문을 환영했다.

환영식에서는 몽골 군악대의 연주와 전 세계를 호령했던 칭기즈칸을 연상시키는 갑옷을 입은 기마대 행진 등이 이어졌다. 교황은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과 함께 칭기즈칸 동상에 인사를 한 뒤 광장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대에 답했다.

9월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몽골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부 관리와 외교 사절단과의 만남 중 연설을 하고 있다.

■ 평화를 위한 몽골 정부의 노력에 찬사

이어진 정부 관리와 외교 사절단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몽골에서의 첫 연설을 이어나갔다. 교황은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가입과 평화 중심의 외교정책을 이어나가는 몽골 정부의 노력에 주목했다. 교황은 “갈등이 만남과 대화를 통해 해결되고, 전쟁이라는 먹구름이 인류의 형제애로 밀려나고 완전히 사라져, 모든 인간의 고유 인권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몽골이 사형제를 폐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수많은 분쟁으로 평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평화가 주는 선물을 강조했다. 교황은 “오랜 역사와 하늘의 뜻에 열린 몽골에서 ‘높은 데서 오는 평화’라는 선물을 다시 강조한다”면서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힘쓰자”고 당부했다.

또한 교황은 몽골 사회에 가톨릭교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교황은 “몽골의 가톨릭교회 공동체는 사회에 합당한 공헌을 할 수 있어 기뻐하고 있다”면서 “30여 년 전 한 게르에서 시작한 몽골의 교회 공동체는 몽골 사회에서 책임감을 바탕에 둔 형제애적 봉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몽골의 가톨릭 신자들이 안전하고 번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합당한 공헌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3일 스텝 아레나에서 미사 봉헌에 앞서 신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 두려움 없이 복음화에 나서라

교황은 이날 오후 성 베드로와 바오로 주교좌성당에서 몽골교회의 주교단과 사제, 수도자, 사목자들과 만났다. 두 번째 몽골인 사제 체렝한드 산자짭(베드로) 신부는 몽골에서의 사목활동 상황을 교황에게 전했다. 그는 “주님께서 저를 선택해 몽골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일하도록 하셨다”면서 “주님 사랑의 열매가 오래 전부터 커지고 있으며 이제 성숙하기 시작했고, 교황님의 방문으로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체렝한드 신부는 대전가톨릭대에서 사제 수업을 받았고 2021년 사제품을 받았다. 2016년 첫 몽골인 사제가 된 바타르 엥흐 신부도 대전가톨릭대에서 사제 수업을 받았다.

교황은 이날 몽골교회 사목자들에게 신자 수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해서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적은 신자 수, 제한된 활동 혹은 사회의 무관심에 연연하지 말라”면서 “보잘 것 없는 여인이었지만 위대한 여인이 된 성모님께 의탁해 새로운 열정과 열렬한 사랑으로 복음을 증거하라”고 말했다.

■ 십자가를 지고 나아가라

교황은 9월 3일 오후 울란바토르 스텝 아레나에서 몽골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약 1500여 명이 참례했다. 몽골 신자 외에도 베트남과 태국, 홍콩, 중국, 한국 신자들도 상당수 자리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몽골 신자들에게 사막에서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음료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오직 사랑만이 우리의 내적 갈증을 채우고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며 우리에게 진정한 기쁨을 준다”면서 “노력과 희생이 따르고 때로는 십자가를 져야 하지만 복음을 위해 우리의 생명을 잃을 때 주님께서 충만한 사랑과 영원한 기쁨을 되돌려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4일 오전 몽골교회 사회복지 기관인 ‘자비의 집’을 축복하고 로마로 귀국했다.

9월 2일 울란바토르 성 베드로와 바오로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몽골교회의 주교단과 사제, 수도자, 사목자들과의 만남 후 한국 주교단이 성당 발코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한국 주교단도 교황과 동행

이번 교황의 몽골 사목방문에는 한국 주교단도 함께했다. 한국교회에서는 주교회의 의장인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비롯해,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대전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가 2일부터 교황의 일정에 동행했다.

특히 이용훈 주교는 스텝 아레나에서 봉헌된 미사에서 마렌고 추기경과 함께 성찬례를 집전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몽골교회에 선교사를 파견해 복음화의 씨앗을 키워온 한국교회에 대한 배려였다. 이 주교는 “한국교회와 몽골교회는 오래전부터 교류가 있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면서 “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파견돼 있어 마렌고 추기경님이 한국교회에서 전례의 한 부분을 맡아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병원장 김현수 토마스 신부)은 교황의 사목방문에 맞춰 몽골 의료봉사에 나섰다. 봉사팀은 교황 미사가 봉헌된 스텝 아레나에 이동진료소를 차렸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대건 안드레아)씨는 이날 미사 후 ‘아베 마리아’ 등 3곡을 불렀다. 임씨는 몽골 노밍요스 중등학교 명예교장이다.

몽골 울란바토르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