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주님 세례 축일 특집] 세례성사 궁금해요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1-03 수정일 2023-01-04 발행일 2023-01-08 제 332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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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성사,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이자 시작

프린치스코 교황이 2020년 1월 12일 시스티나경당에서 유아세례를 집전하고 있다. 유아세례에서 구원의 은총이 완전히 무상으로 주어진다는 것이 드러난다. CNS 자료사진

가톨릭 신앙은 세례성사로 시작된다. 세례성사는 칠성사 가운데 가장 먼저 받는 성사로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이며, 다른 성사들로 들어가는 길을 여는 문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213항)

세례성사는 누가 받으며, 누가 집전하는지, 세례명은 어떻게 정하는지, 대부모는 꼭 있어야 하는지 등 세례성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이해 본다.

Q. 세례성사 누가 받고, 누가 집전하나

A. 아직 세례 받지 않은 이는 누구나 세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오직 세례받지 않은 이들만 세례 받을 수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1246항, 교회법 제864조) 따라서 세례는 일생에 딱 한 번 받을 수 있다.

세례의 의미를 모르고 영성체를 할 수 없는 유아들에게 세례를 주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가톨릭 교회 교리서」 1250항은 “어린아이들도 원죄로 타락하고 더러워진 인간의 본성을 지니고 태어나므로, 어둠의 세력에서 해방되어, 하느님 자녀들이 누리는 자유의 영역으로 옮겨 가기 위해 세례로 새로 나야 한다”고 설명한다. 구원의 은총이 완전히 무상으로 주어진다는 것은 특히 유아 세례에서 드러난다는 뜻이다.

세례성사는 보편적으로 주교나 사제가 집전한다. 부제도 세례성사 정규 집전자에 포함된다.(교회법 제861조 1항) 정규집전자가 없거나 장애되는 경우는 교리교사나 교구 직권자에 의해 위탁된 이가 세례성사를 집전할 수 있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가톨릭신자가 아니더라도 합당한 의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지 적법하게 세례를 줄 수 있다.(교회법 제861조 2항) ‘합당한 의향’이란 교회가 세례를 주면서 행하고자 하는 것을 하겠다는 의미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256항)

Q. 세례명 바꿀 수 있을까

A. 교회법 제855조는 세례명에 대해 규정한다. “부모나 대부모 및 본당 사목구 주임은 그리스도교적 감정에 어울리지 아니하는 이름을 붙이지 아니하도록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적 감정에 어울리면’ 꼭 성인명이 아니어도 세례명으로 쓸 수 있다.

세례를 받은 후 세례명을 바꿀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바꿀 수 없다. 주교회의 2015년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사목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세례명 변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외적으로 수도자가 되는 경우, 교황에 선출되는 경우 등에는 세례명을 바꿀 수 있다.

Q. 화세와 혈세란

A. 교회는 예로부터 세례는 받지 않았지만 신앙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그 죽음을 통해 세례를 받는다는 신념을 간직해 왔다. 이것을 혈세(血洗)라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제1258항) 세례성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세례를 받겠다는 뜨거운 열성을 갖고 있을 경우 그 염원으로 받는 세례를 화세(火洗)라 부른다. 혈세와 화세는 성사가 아니면서도 세례 효과를 낳는다.

Q. 대부, 대모는 꼭 있어야 하나

A. 영세자의 신앙생활을 돕는 남자 후견인을 대부, 여자 후견인을 대모라 한다. 대부와 대모 모두를 세울 수도 있고 한 쪽만 세우기도 한다.

교회법을 살펴보면 제872조에 ‘세례받을 이에게 될 수 있는 대로 대부모를 정해 주어야 한다’, 제875조에 ‘세례를 집전하는 이는 대부모가 입회하지 아니하면 적어도 세례의 수여가 증명될 수 있는 증인이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교회법상으로는 경우에 따라 대부모 없이 세례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대부모가 없더라도 세례 증인은 필요하다.

Q. 타 종단 세례신자가 입교하는 경우

A. 개신교나 성공회 등에서 세례받은 이가 가톨릭에 입교하는 사례가 있다. 이 때 가톨릭교회에서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할까?

교회법은 제869조 2항과 3항에서 ‘비가톨릭교회 공동체에서 세례받은 이들’에 대해 세례의 유효성에 대해 의심할 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경우나 그 유효성에 의문이 남으면 가톨릭교회의 세례성사에 관한 교리를 설명한 후에 세례성사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는 교회법 규정을 성공회 신자인 경우, 기타 교파 신자인 경우로 구분해 놓았다. 성공회 성직자가 집전한 세례는 가톨릭교회에서도 유효하며(제58조), 이때는 어른 입교 예식서에 규정된 ‘일치 예식’을 거행한다.(제62조) 기타 개신교 교파 교역자가 집전한 세례는 그 유효성이 의심되므로(제59조) 어른이면 세례성사에 관한 가톨릭 교리를 설명하고, 어린이이면 그 부모에게 가톨릭 교리를 설명한 다음 세례를 주게 된다.(61조)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