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2023 한국교회 전망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12-28 수정일 2022-12-28 발행일 2023-01-01 제 332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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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달리타스와 생태적 회심 실천하며 위축된 신앙 회복한다
생태계 보호 활동 이어가며
말씀과 전례 중심 쇄신 다짐
교구별 시노드 정신 구현하는
구체적 계획 수립하는 단계

의정부교구 평협이 지난해 10월 29일 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에서 개최한 ‘평신도 사도직과 시노달리타스’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올해 각 교구에서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구현하는 다양한 활동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2023년은 한국교회가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활동을 이전 모습으로 되돌리는 한 해가 될 듯하다. 아직 코로나19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교회 안팎의 모든 부분들이 점차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부지불식간에 잃었을지도 모를 신앙의 본질을 되찾으면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속했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다. 한국교회가 보여 줄 모습을 전망해 본다.

■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기

전국 각 교구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흔들렸던 신앙의 본질을 되찾고 충실한 신앙에 힘쓸 것을 신자들에게 당부하고 나섰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교구민들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을 떨치고 새롭게 일어서는 우리 모두에게 선교 정신으로 재무장해 새롭게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순택 대주교가 ‘새롭게 출발하는 교회’로 살아가기 위해 특히 2023년에 강조한 것은 두 가지다. 신앙생활의 근원인 미사성제에서 영적 힘을 길러낼 것과 성체조배, 성시간, 성체거동, 순교자 현양과 성지순례 등 다양한 신심활동을 통해 그동안 위축됐던 신앙생활에 새로이 불을 지피자는 것이다.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도 새해에 신자들에게 실천사항으로 ▲매주 주보에 나오는 성구 외우고 묵상하기 ▲창세기와 탈출기 필사하기 ▲1주에 30분 이상 성체조배 하기 등을 제안했다. 역시 신앙의 본질 회복을 촉구한 것이다.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도 교구민들에게 코로나19가 끼친 어려움을 ‘지나가는 시간 안에 있는 한시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신앙의 토대가 되는 미사성제와 성체조배, 묵주기도 등에 지속적으로 힘쓰면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을 생활화하는 새해를 보내자고 권고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또한 성경을 가까이에 두고 자주 읽는 가운데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제대로 아는 것을 새해 과제로 제시했다.

이와 같이 전국 각 교구는 코로나19 이전 신앙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삼아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 생태적 회심을 살아갈 한국교회

2023년 한국교회의 키워드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생태적 회심’이다.

춘천교구는 2022년과 2023년 사목교서를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이라는 같은 제목으로 연달아 발표했다.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가 2023년 사목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후속 권고)에서 교구민들에게 강조한 것은 「찬미받으소서」 살기와 하느님 말씀 살기는 서로 이어져야 하고 궁극적으로 하나의 지향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춘천교구는 말씀 살기와 「찬미받으소서」 살기에 교구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자 올해 ‘찬미받으소서 학교’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근 시작한 청년 대상 ‘온라인 청년 생태사도직 모임’도 대면 모임으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대구대교구는 2031년 교구 설정 120주년을 향해 나아가며 2023~2024년을 ‘친교의 해’로 설정하고 ‘하느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와 더불어 ‘피조물과 함께’라는 목표를 세웠다. 안동교구도 2023년 사목계획서 제목을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하여’로 정하고 어린이들에게 살아 있는 지구 환경을 되돌려 줘야 할 책임 실천에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대전교구는 지난 9월 26일 주교좌대흥동성당에서 ‘대전교구 2040 탄소중립 선언 미사’를 봉헌한 기조를 계속 살려 나간다. 대전교구 모든 본당과 기관이 2031~204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새해에는 모든 본당과 기관에서 ‘에너지 진단’을 시행할 방침이다. 또한 재생 에너지 설치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안을 탄소중립 달성 단계에 맞춰 제시하기로 했다.

광주대교구도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신자들의 구체적인 실천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생태문제 활동가를 양성할 ‘생태환경학교’ 개설을 준비한다. 아울러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유기적인 관계 안에서 본당 생태환경위원회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전주교구도 새해 실천사항의 하나로 지구 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기도와 행동에 나설 것을 제시했다. 부산교구도 ‘지구를 위한 기도’ 바치기와 재활용, 재사용 생활화를 실천사항의 하나로 교구민들에게 당부했다. 청주교구는 신앙선조들의 청빈과 가난을 본받아 하나뿐인 지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에 앞장서는 한 해를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 8월 13일 열린 수원 버드내본당 신앙학교 프로그램 중 초등부 학생들이 피규린 비블리크를 이용해 생태 영성 감수성 키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 시노달리타스 구현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2023년 주요 사업계획 중 하나로 ‘시노드를 위한 경청 매뉴얼’ 제작을 논의 중인 것이 눈에 띈다. 한국평단협은 1월 중 ‘시노드를 위한 경청 매뉴얼’ 작성을 위한 TF팀을 구성한 뒤 하반기에는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각 교구에서도 사목교서와 사목지침서 등을 통해 시노달리타스 정신 구현의 필요성을 밝혔다. 대전교구는 교회의 복음화를 이뤄 나가는 데에 다양한 지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본당 사목자들이 사목평의회 등에서 신자들의 다양한 카리스마가 조화롭게 발휘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군종교구는 교구민과의 적극적이고 폭넓은 소통을 목적으로 ‘교구민을 위한 교구장 집전 미사’를 매월 주교좌국군중앙성당에서 봉헌할 예정이다. 의정부교구도 2023년 사목지침서에서 모든 교구민들이 경청의 자세로 보다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 다채로운 행사들

수원교구는 올해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10월경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본당별로 시노드 정신 안에서 영적 쇄신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마산교구는 1966년 교구 설정 이래 창원시 마산합포구 죽헌로 72 대지에 처음 지어 올린 새 교구청사 축복식을 올해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

2023년은 메리놀 외방 전교회 한국 진출 100주년, 6·25전쟁 정전 70주년, 한국-바티칸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행사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춘천교구와 원주교구가 공동 주최하는 풍수원 성체현양대회가 6월 8일 100차를 맞는다.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 고(故) 지학순(다니엘) 주교 선종 30주기를 맞아 추모 미사와 심포지엄이 3월 11일 배론성지에서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4년 만에 군종교구청에서 열리게 되는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전국총회에서 군사목 지원을 위한 어떤 논의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7월 말~8월 초 열리는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도 한국교회 청년들의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원주교구와 춘천교구가 지난해 6월 16일 원주교구 횡성 풍수원성당에서 공동 개최한 제99차 풍수원 성체현양대회. 올해 6월에는 제100차 풍수원 성체현양대회가 열린다.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