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연극 ‘두 교황’ 연출한 김민영 연출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11-30 수정일 2022-11-30 발행일 2022-12-04 제 3321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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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연출가로서의 삶에 대해 성찰한 작품”

‘다름’ 포용한 교황 모습이 몰입도 높여
관객 호평 이어지며 재공연 준비 중

“연극 ‘두 교황’을 연출하면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 중 누가 주인공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연극 ‘두 교황’의 김민영 연출가(도로테아·30·서울 한강본당)는 상반된 성격의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로의 차이를 포용하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연극 ‘두 교황’을 통해 보여줬다.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8월 30일 연극 ‘두 교황’ 첫 공연을 시작해 본래 10월 23일 마지막 공연을 계획했지만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10월 30일까지 연장공연을 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역에 신구, 서인석, 서상원, 프란치스코 교황 역에 정동환, 남명렬 등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이 열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교황’ 제작사는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두 교황’을 다시 무대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흔히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변하지 않는 것과 전통을 중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변화를 중시한다고들 말하지만, 실은 두 교황은 두 가지 면을 모두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두 분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서로 다른 가치관, 다른 겉모습에 가려져 알 수 없었던 내면의 아픔, 상처, 고통, 죄의식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합니다.”

연극 ‘두 교황’ 관객들 중 천주교 신자들 비율이 높았지만 개신교 신자나 신앙이 없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관객들의 공통된 반응은 두 교황의 모습을 보며 자기 내면을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천주교 신자들 중에는 연극 ‘두 교황’을 관람하며 자기 삶에 맞닿는 부분을 발견했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내가 왜 성당에 나와야 하는지 천주교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는 자평도 있었고요. 개신교 신자들 중에는 두 교황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 속에서 내면의 상처가 치유됐다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김민영 연출가 역시 2014년부터 만 8년 동안 주로 뮤지컬 조연출로 경력을 쌓아 오다 처음으로 연극 연출가로 데뷔한 ‘두 교황’을 통해 30년 간 모태 신앙인으로 살아왔지만 깊이가 부족했던 자신의 신앙을 성찰했다. “연극 ‘두 교황’ 연출이 저에게는 신앙과 제 일에 대한 큰 공부가 됐습니다. 주님께서 ‘너는 이 길을 가렴’하고 알려 주신 것 같습니다.”

김 연출가는 안중근(토마스) 의사의 삶과 신앙을 다룬 뮤지컬 ‘영웅’에 협력연출로 참여해 12월 3~10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12월 21일~2023년 2월 28일 서울 LG아트센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