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강좌 지상 중계-‘시노달리타스와 한국천주교회’] (3)교부들의 전통에서 본 시노달리타스

정리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11-08 수정일 2022-11-08 발행일 2022-11-13 제 331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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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원형은 교부 회의… 하느님 영 식별 위해 친교·합의 이어와

주교 중심이었던 교부시대 교회
신앙 진리 지키려 회의 이어가

시노드는 ‘합의 전통’ 이어받은 것 
형제적 친교·보편적 연대가 핵심 
■ 최원오 빈첸시오(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로 보편교회 전체가 시노드 여정을 지내는 과정에서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최영균 시몬 신부)가 지난 10월 11일부터 ‘시노달리타스와 한국천주교회’ 주제 강좌를 열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최원오(빈첸시오) 교수가 ‘교부들의 전통에서 본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강연한 강좌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주교들의 교회, 초기 교회회의 전통

시노달리타스는 평신도의 능동적 참여를 독려하고 강화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보편교회와 일치해 지역 교회 차원에서 교회와 세상의 현실을 하느님 백성과 더불어 끊임없이 성찰하고 식별해야 하는 주교들의 소명 의식과 직결된 문제이며, 주교들의 단체성과 합의 정신을 회복하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장엄한 결의이자 미완의 과제다. 현재 지역교회에서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시노드의 역사적 원형은 초세기 교부(주교)들의 회의인 시노드였다. 교부 시대 역사는 오늘날 하느님의 백성인 모든 그리스도인이 어떤 마음과 관계적 지향성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다.

교부 시대 교회 생활은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박해 시대에도 주교는 하느님 백성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다가 앞장서 순교했고, 이단 논쟁과 교회 분열의 격동기에도 참된 신앙을 지켜내기 위해 추방과 유배 위협을 무릅썼다. 국가 권력의 횡포에 맞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지키고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일은 주교의 특권이었다.

주교들의 교회에 관한 자의식은 3세기에 형성됐다. 주교들의 주요 활동에 대한 다양한 기록과 증언은 4~5세기에 폭넓게 쏟아져 나왔다. 자의식이란 하느님 말씀을 가르치고, 예수 그리스도의 봉사와 친교를 삶으로 증거함으로써 제2의 예수 그리스도를 지향하는 정신이다. 이러한 삶과 정신으로 각인된 대표적 교부들은 아타나시우스((295~373), 바실리우스(330년경~379), 요한 크리소스토무스(344/354?~407), 암브로시우스(339~397), 아우구스티누스(354~430) 등이다. 한마디로 고대 교회에서 주교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시노달리타스는 그리스도인 삶의 총체적 영성과 행위적 규범 양식을 포함하는데, 협의적인 관점에서 교회 공동체 생활에 있어서 하느님의 영을 올바르게 식별하기 위한 친교와 합의의 과정 일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부들은 어떤 공동체적 식별과정을 거쳤을까?

교회 안에서 열리는 공의회나 교회회의 원형은 ‘예루살렘 사도 공의회’다. 초기 교회 시절 박해가 잦아들면서 이단 등에 맞서 신앙과 교회 생활을 논의하기 위한 교회회의가 이어졌다.

부활절 거행 날짜를 두고 동방과 서방 여러 지역에서 195년경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주교회의는 초기 교부 시대의 대표적 교회회의다. 팔레스티나와 에페소, 폰투스, 갈리아의 리옹에서 주교회의가 열렸고 결과는 ‘합의 서간’ 형식으로 다른 교회들과 공유됐다. 이 회의는 합의 정신의 본보기로 꼽힌다.

2세기부터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고대 교회회의는 근본적으로 주교회의였고, 관구 주교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거나 여러 관구에서 온 주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방식이었다. 아프리카에서는 3세기에 이런 회의가 자리 잡았다.

아우구스티누스(354-430)가 ‘아프리카 전체 교회회의’라 부른 주교들의 정기총회는 카르타고의 주교가 주재했다. 그리고 북아프리카를 넘어 라틴 서방 전역에서 커다란 권위를 누렸다. 특히 카르타고의 키프리아누스 주교는 10년의 재임기간 동안 일곱 번이나 교회회의를 소집했으며, 결정 사항들은 친교의 정신으로 다른 교회들과 공유했다. 교회회의는 325년 최초의 보편공의회 니케아공의회에서 정규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주교는 지역을 초월해 어디든지 기꺼이 열성과 권위로 부지런히 구원의 말씀을 선포했고 이단 등을 바로잡기 위해 집필에도 힘썼다. 또 자신이 깨달은 신앙 진리를 동료 주교들과 나누며 전체 교회와 공유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수많은 서간집과 설교집, 저술과 토론집 등은 아우구스티누스가 꿈꾸고 실천한 시노달리타스의 아름다운 증거다.

당시 이단 도나투스주의와 펠라기우스주의 등에 맞선 논쟁들은 은총과 자유 의지에 관한 북아프리카 전체 교회회의의 치열한 논의를 통해 보편교회가 인간의 허약함과 하느님 자비를 겸허하게 성찰하는 기회가 됐다.

교부들은 세력을 모아 자기의 주장을 관철한 것이 아니라 식별과 성령의 은사를 청하며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 노력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것은 주교들의 인간적인 권위의 향상을 의미했다. 그런데도 주교들은 자신의 인간적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 앞에 인간은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 고백한 겸손한 공동체적 선언이었다.

교회회의를 통해 사도 전승 안에서 논의하며 깨우친 소중한 신앙 진리를 온 세상 보편교회와 지혜롭게 공유하는 과정에서 마침내 ‘거룩한 전통’이라 불리는 교부들의 신학이 탄생했다.

시모네 마르티니 ‘성 암브로시오의 꿈’. 성 암브로시오는 서방교회 전통적인 4대 교부 중 한 사람이다.

주교회의의 원형 관구 교회회의

클라우스 샤츠는 「보편공의회사」에서 “관구 교회회의는 오늘날의 국가별 주교회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교시노드나 교회회의에는 사도 전승이라는 수직적 요소와 친교라는 수평적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해 있다. 그래서 개별교회는 고립되지 않은 채 보편교회 안에서 다른 교회들과 교류하고 일치하면서 보편 공의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장 소중한 유산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교회의 매우 풍요롭고 오래된 합의 전통의 이상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주교시노드는 교부들의 교회회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의미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주교품에 관한 교리를 주교직의 성사성과 단체성에 초점 맞춰 심화한 것도 교부들의 원천에서 길어낸 성찰이다.

교부들이 물려준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가치

교부들이 물려준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가치는 주교들의 형제적 친교와 보편적 연대다. 가장 오래된 교부 문헌인 로마의 클레멘스가 쓴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을 비롯한 사도 교부 문헌이나 호교 교부 문헌에는 교회 일치와 친교에 대한 책임 의식이 가득하다. 갈등이나 긴장도 없지 않았으나 주교들의 단체성과 공동합의 정신에 바탕을 둔 대화 협력은 교회 일치와 보편성을 지키는 원동력이었고, 그것이 시노드와 공의회의 거룩한 전통이 되었다. 교부들은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했다.

오늘날 주교를 포함한 모든 일반신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제자직은 모두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 안에서 유기적 친교를 이루고 있다. 교부들의 전통은 내 삶의 자리에서 제자직을 진정성 있게 살면서, 동시에 친교적 관심 안에서 전체 교회의 복음적 사명을 살피라고 초대하고 있다.

정리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