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50주년 총회 이모저모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11-01 수정일 2022-11-01 발행일 2022-11-06 제 331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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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 공동 관심사 폭넓은 나눔… “이것이 시노달리타스”
각국 교회 역사와 현재 알리고
참가국 문화와 신앙 표현 나눠
청년·여성·이주민 등 주제 대화
폐막 때 최종문서와 담화 발표

한국 주교단이 10월 26일 FABC 50주년 총회 최종문서 초안에 대한 토의를 하고 있다. FABC 제공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이하 FABC)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총회가 10월 12일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완 사목센터에서 개막해 30일 폐막했다.

‘아시아 민족들의 공동 여정: 그들은 다른 길로 돌아갔다(마태 2,12)’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는 주제가 담고 있는 의미처럼 아시아교회의 다양성 속에서 공동의 길을 걸으며 일치와 화합을 추구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비롯해 FABC 50주년 총회에 참석한 한국 주교단 활동을 중심으로 이번 총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과 총회에 참석한 한국 주교단이 10월 20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순택 대주교, 조규만 주교, 이용훈 주교, 유흥식 추기경, 김희중 대주교, 정신철 주교, 김종수 주교, 문창우 주교. 문창우 주교 제공

총회 일정 중 10월 26일 한국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가 아침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문창우 주교 제공

■ 한국교회 알리고 소통하는 기회

이번 FABC 50주년 총회는 아시아교회에 한국교회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다.

총회 개막 다음날인 13일부터 15일까지 방콕 현지에서 ‘비대면 아시아 방문’(Visiting Asia)이 열렸다. 총회 참가국 교회의 역사와 현황, 활동상을 영상물로 소개하는 자리였다. 한국교회는 주교회의가 제작한 약 19분 길이의 영상물을 통해 14일 소개됐다.

한국교회 소개 영상에는 1784년 이승훈(베드로)이 세례받으면서 선교사 없이 평신도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고유한 역사와 박해를 거쳐 성장해 온 과정, 현재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청년 신자와 성소자 감소 문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등이 담겼다. 한국교회 소개 영상을 본 아시아 각국 주교들은 “감동적이었다”며 한국 주교단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용훈 주교는 한국교회 소개 영상 인사말에서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 안에서 천주교회도 사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평신도와 사제 사이, 교구와 국가 간의 벽을 허물고 나눔과 연대를 실천하는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10월 19일 오후 ‘포콜라레와 주교들의 만남’에서 포콜라레 공동체 모임 안에서 자신의 신앙체험을 발표하면서 “제주교구 신자들의 규모는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신앙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자부한다”며 제주교구 현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정신철 주교(왼쪽에서 세 번째)와 문창우 주교(왼쪽에서 네 번째)가 FABC 50주년 총회 중 10월 23일 진행된 ‘아시아 본당 방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문창우 주교 제공

■ 아시아교회의 다양한 모습 체험

FABC 50주년 총회는 다채로운 대면, 비대면 방식으로 각 나라의 문화와 신앙 표현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총회 기간 중 매일 봉헌한 아침미사와 기도는 참가국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맡았다. 25일 아침미사의 경우, 동방 가톨릭교회의 시로 말라바르(Syro-Malabar) 예법으로 봉헌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사도 가운데 한 명인 성 토마스 사도가 인도에 복음을 전한 역사를 장엄 전례 안에서 회고하기도 했다. 문창우 주교는 “시로 말라바르 예법으로 거행되는 미사는 긴 시간이 걸리는데 이날은 평일이어서 간단히 했다”고 소개했다. 한국교회는 26일 이용훈 주교 주례로 미사를 맡았다. 이 주교는 강론에서 이번 FABC 50주년 총회의 의미에 대해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구원의 좁은 문을 향한 여정에 모든 아시아교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동행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이며 곧 시노달리타스”라고 강조했다.

16일에는 ‘아시아와 함께하는 토크쇼’(Talk Show with Asia)가 온라인에서 열렸다. 평신도, 남녀 수도자, 종교가 서로 다른 혼인 부부, 기후변화 피해자, 테러 생존자, 고령자, 장애인, 기업인 등 각국에서 추천된 13개국 16명이 이 토크쇼에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기업인인 이경석(안드레아·서울 포이동본당)씨가 참가해 “사제들이 청빈을 실천하고 신자들과 물적, 영적 나눔에 앞장서 주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나눴다.

전교 주일이던 23일에는 ‘아시아 본당 방문’이 실시됐다. 150여 명의 아시아 주교단은 10개 조로 나뉘어 아시아 각 나라 본당 소개 영상을 시청하고 화상으로 본당 주임신부를 비롯한 신자 대표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한 서울 가회동본당 주임 윤종국(마르코) 신부는 노인 신자가 계속 늘어나 청소년, 청년사목 비중보다 노인사목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본당 상황을 설명한 뒤 “가회동본당을 포함한 아시아 다른 지역의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본당들을 기억하고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가회동본당 신자들이 10월 23일 진행된 ‘아시아 본당 방문’ 행사에 참석해 총회 참석자들과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제공

■ 총회 마무리하며 최종문서 발표

FABC 50주년 총회에는 아시아 29개국 주교 150여 명, 교황청 등에서 온 초청 인사 50여 명 등 모두 200여 명이 참석해 아시아 각국 교회 현안 및 청년과 여성, 이주민, 노동 등 아시아교회 공동 관심사를 놓고 다양하고 폭넓은 발표와 토론, 질의를 벌였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도 17일 열린 워크숍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제 양성’을 주제로 강연하며 아시아 주교단과 아시아교회가 보편교회 안에서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했다.

총회 참석 주교들은 총회 폐막 일주일을 남긴 10월 24일부터는 총회 최종문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4일 오전 아시아 주교단은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연합회(Conference of Latin American Bishops, CELAM) 의장 미겔 카브레호스 비다르테 대주교의 영상 강연을 들었다. 대륙 단위 주교회의 협의체가 보편교회와 연대하면서 지역 문제들에 대응해 나간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주교들은 4명씩 그룹으로 나뉘어 교회의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을 말하고 상호 보완 및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한 뒤 25일 오후에는 주교 10~12명씩 15개 그룹을 만들어 실제 최종문헌에 들어가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적용하면서 토의했다. 15개 그룹이 만든 모든 내용은 FABC 중앙사무국에 전달했다.

26~29일에는 최종문서 초안에 대한 논의와 투표를 거쳐 최종문서를 완성해 나갔다. 총회 마지막 날인 30일 태국 방콕대교구 성모승천 주교좌성당에서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주례로 총회 폐막미사를 봉헌하며 FABC 50주년 총회 최종문서와 담화를 발표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10월 17일 총회에 참석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제 양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FA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