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무엇을 논의했나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최양업 신부 시복 의지 재확인… 기적 심사 재추진 상황 점검

기적 심사 청원인에 박선용 신부
공동 연구가에 정시몬 신부 임명
조선 첫 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서울대교구서 시복 추진하기로

전국 성인 유해 안치 현황 공유
군인 주일 10월 둘째 주로 변경
한국교회 시노드 의견서 공개
각종 사목 문서 양식 정비·보완

한국 주교단이 10월 11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회의 2022년 추계 정기총회를 개막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 주교단은 10월 10~13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주교회의 2022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가경자 최양업 신부(토마스, 1821~1861) 시복을 위한 기적 심사 재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 정기총회의 주요 결정 사항을 알아본다.

■ 최양업 신부 시복 위한 의지 재확인

한국 주교단은 이번 추계 정기총회에서 최양업 신부 기적 심사 청원인으로 박선용 신부(요셉·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를, 공동연구가로 정시몬 신부(시몬·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를 임명했다.

지난해 5월 교황청 시성부가 최양업 신부 시복에 필요한 기적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최종 결과 보고서를 주교회의에 보낸 뒤 한국 주교단은 지난해 추계 정기총회에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을 위한 기적 심사를 새롭게 추진하며’라는 주제로 담화를 발표하며 최양업 신부 시복을 향한 새로운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10월 13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실에서 이번 추계 정기총회 결과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최양업 신부님 시복 기적 심사가 무산된 후 한국교회는 새로운 시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새롭게 접수된 기적 사례에 대해 교황청에서 요구하는 심사 요건을 최대한 갖추도록 시성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주교는 최양업 신부 시복 필요성에 대해서는 “최양업 신부님은 ‘땀의 순교자’이자 ‘한국교회의 걸어 다니는 성인’이셨던 분으로 최양업 신부님 시복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최양업 신부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교회 신자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지난 9월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단독 알현한 자리에서도 교황님께 최양업 신부 생애를 요약한 영문 소책자를 전달했고, 교황님과 최양업 신부 시복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한편 주교단은 성 베드로 대성당 외부 벽감에 설치하는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조각상 제작 비용은 모든 교구가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성 김대건 신부 조각상은 한진섭(요셉) 조각가가 대리석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 한국교회 초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 승인

주교단은 2031년 조선교구 설정 200주년과 2035년 한국교회 초대 교구장 소(蘇) 브뤼기에르 주교 선종 200주년을 앞두고 소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서울대교구에서 추진하는 것에 동의했다.

한국교회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 등의 시복시성을 효율적으로 진행한다는 취지에서 주교회의가 이 사업을 맡아 왔지만 소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은 서울대교구 차원에서 추진하게 됐다. 이 주교는 이에 대해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한국교회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되고 한국에 입국하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입국하지 못한 채 선종하셨다”며 “서울대교구가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에 의지를 표명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교구별 성인 유해 안치 현황을 공유하고 개인이 소유하는 성인 유해에 대한 관리 지침도 점검했다. 이것은 지난 3월 성 김대건 신부 유해를 인터넷에서 판매한다는 글이 게재돼 한국교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 발생한 뒤 한국교회 차원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주교회의는 16개 교구에서 주교회의 사무처로 제출한 교구별 성인 유해 현황 자료를 각 교구에 전달하기로 했다. 성인 유해의 개인 소유는 인정하되 교구에 신고하고, 개인이 더 이상 보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반드시 교구에 인계하도록 했다. 유해 확인 증명서가 없는 경우에는 교황청 시성부 훈령 「교회의 유해: 진정성과 보존」에 따라 각 교구에서 교구장과 교구장 대리가 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 군인 주일 10월 첫째 주일에서 둘째 주일로 변경 등

10월 첫째 주일인 군인 주일이 추석 연휴와 겹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을 고려해 2023년부터 군인 주일을 10월 둘째 주일로 옮기기로 했다. 군종교구와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는 군인 주일이 추석 연휴 기간과 겹치게 되면 군인 주일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

이 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의교서 「개정된 교회법전 제6권」(Recognitum Librum VI, 2022년 4월 26일)에 따라 개정된 교회법 조항(제695조 제1항)의 우리말 번역문을 승인했으며, 올해 8월 15일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제출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를 전국 교구와 언론에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025년 희년 거행의 책임을 맡은 교황청 복음화부 세계복음화부서와 협력할 수 있는 한국 주교회의 연락 담당자로 주교회의 사무국장 신우식(토마스) 신부를 세계복음화부서에 알렸다. 2025년 희년과 관련한 세계복음화부서의 구체적인 지침은 나오는 대로 안내할 계획이다.

한일주교교류모임 25주년 기념 자료집 「함께 걸어온 25년: 친교와 일치의 여정」도 발행한다. 제25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2023년 11월 14~15일로 연기됐지만, 양국 주교회의는 당초 계획대로 올해 11월 15일에 25주년 기념 자료집을 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사목 문서 양식도 정비, 보완했다. ‘첫영성체 관련 정보’(날짜, 장소, 집전자) 기재 항목을 추가한 ‘세례성사 대장’(수정)과 바뀐 ‘세례성사 대장’(수정)을 토대로 마련한 ‘첫영성체 증명서’(한글, 영문) 양식을 승인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2022년 9월 6일)는 사목 문서 양식(주교회의 2015년 추계 정기총회 승인) 가운데 일선 사목 현장의 요청이 가장 많은 성사 증명서 3종(세례성사 증명서, 견진성사 증명서, 혼인 증명서)의 영문 양식(수정)을 승인했다. 해외에 나가는 신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아울러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에 김종강(시몬) 주교를, 주교회의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 위원장에 옥현진(시몬) 주교를 선출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