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책과 떠나는 여름휴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7-20 수정일 2022-07-20 발행일 2022-07-24 제 330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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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에서 얻는 쉼과 기도… 영적 성장의 기쁨도

바쁜 일상에 지쳐 있는 이들이라면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며 알찬 계획을 짠다. 올 여름휴가에는 ‘책 한 권’을 챙겨 떠나면 어떨까. 몸만 쉬는 휴가가 아니라 마음의 쉼과 신앙의 성장도 얻고 돌아오는 뜻깊은 휴가가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가톨릭 교계 출판사에서 신자들의 묵상과 영적 성찰에 도움을 주기 위해 펴낸 책들 가운데 여름휴가를 보내며 큰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 휴가지에서 하는 성경 묵상

「가르멜 창립자들의 묵상」(방효익 바오로 신부 지음/기쁜소식/112쪽/9000원)은 우리에게 가르멜 창립자로 널리 알려진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이 성경을 어떻게 활용하면서 묵상기도를 했는지 정리해 주는 책이다.

가르멜 창립자들의 묵상에 대한 가르침은 기도에 대한 열망은 많지만 혼자서는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못 찾는 이들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돼 준다. 「가르멜 창립자들의 묵상」은 성경 묵상을 통해 하느님과 동반(同伴)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말씀이 자신을 흔들어 놓는 어떤 움직임도 없다면, 성경을 형식적으로 읽었거나, 믿음이 없거나, 때로는 임의로 해석하거나, 그 말씀은 다른 어떤 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자기는 결코 아니라면서 초점을 흐려놓으려고 애쓰기 때문일 것이다.”(112쪽)

「하느님, 당신 때문에 생손앓이」(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 지음/생활성서사/221쪽/1만1000원)는 성경학자가 성경에 매료돼 말씀 안에 담긴 뜻을 헤아리며 살고자 쓴 ‘성경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청소한 후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읽을 수 있는 평이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저자는 어릴 적 앓았던 생인손은 한 번 앓고 마는 것이 아니라면서, 성장의 아픔을 감당해야 할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 당신 때문에 생손앓이」를 권한다.

“인간사의 크고 작은 승패는 모두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결정되는 것이다.”(217쪽)

■ 책 읽으며 동행하기

여름휴가지에서 책을 읽으며 상상 속에서 또 다른 휴가지로 떠날 수도 있다.

「지혜, 삶의 문턱을 넘어서게 하는 동화」(크리스타 슈필링-뇌커 지음/윤선아 옮김/분도출판사/120쪽/8000원)는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같은 유럽뿐만 아니라 수단, 가나,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의 동화 19편을 엮은 책이다.

책 제목대로 난쟁이, 꾀 많은 떠돌이, 사나운 사자 등 독특한 삶을 사는 동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행복한 삶의 지혜를 되찾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 실린 동화가 자극이 돼 우리에게 요구되는 지혜의 원천을 찾기를 소망한다.

“보라. 좋은 것은 가까이에 있다.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기만 하면 된다. 행복이란 늘 곁에 있기 때문이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92쪽)

「선교지에서 읽는 바오로 서간」(김영희 젬마 루시 수녀 지음/성서와함께/200쪽/1만5000원)은 저자가 네팔 선교사로 파견돼 그곳에서 바오로 사도의 심정으로 복음을 전한 이야기다.

힌두교인들이 절대 다수를 이루는 나라에서 바오로 사도의 영성을 따라 사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수도자로서, 그리스도를 믿고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딸로서 네팔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은 숭고하면서 아름답다. 「선교지에서 읽는 바오로 서간」을 읽으면 네팔에서 다양한 삶을 만나는 재미와 바오로 서간을 다시 읽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바오로 사도가 거듭 말한 대로 믿는 이는 참으로 부요한 내적 생활의 보화를 지니게 됩니다.”(75쪽)

■ 일상 안에서 의미 찾기

누구나 특별한 여름휴가를 원하지만 특별함은 일상 안에 감춰져 있기도 하다.

「일상에서 피정하기」(김미정 아녜스 수녀 지음/바오로딸/224쪽/1만2000원)는 피정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활 터전을 떠나지 않고도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 방법으로 체계적이면서도 쉽게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기도 지침서다.

따로 목적지를 정해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는 이들이 휴가 기간 중 읽기에도 좋고, 휴가를 떠나서도 영적 휴식을 원한다면 이 책 한 권만으로 이냐시오 영신수련 피정을 할 수 있다. 영적인 목마름을 채우기 원하는 신자라면 여름휴가 기간 중 「일상에서 피정하기」를 차분히 읽으며 성숙해진 신앙을 발견할 수 있다.

“일상에서 영신수련을 함으로써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을 찾고, 그분의 현존과 활동을 깨닫고, 그분께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9쪽)

「성당지기 이야기」(SSP 지음/성바오로/200쪽/1만1000원)는 ‘SSP’라고 자신을 지칭한 한 사제가 일상 속 이야기를 쓴 책이다. 저자는 ‘소소한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소소한 이야기가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다.

저자가 새벽에 촛불을 밝히고 성당에서 교우들을 기다리는 모습, 생업에 종사하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이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배달하는 모습, 손편지 쓰기 등 솔선수범하는 일상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신자들에게 친구이자 가족으로 다가가는 이 책의 주인공 SSP는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대로 ‘양 냄새 나는 목자’로 살고자 최선을 다한다. 「성당지기 이야기」에서 일상 속에 감춰진 행복의 비법을 찾을 수 있다.

“‘성당지기’ 사제의 따뜻하고 진솔한 이 고백록을 읽고 우리 모두 잠시라도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 ‘추천의 글’ 중)

「영성, 하느님을 바라보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나의 영성」(윤주현 베네딕토 신부 지음/가톨릭출판사/248쪽/1만5000원)은 흔히 사용되지만 정작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영성’의 의미를 분명히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영성이 아직 어렵기만 한 신자들을 위한 책이면서 세례를 통해 영적 여정이 이미 시작됐음을 깨닫게 해주고 각자의 ‘일상’에서 고유한 영성을 완성하도록 이끌어 준다. 여름휴가를 보내며 「영성, 하느님을 바라보다」를 읽는 중에 자신의 영적 여정이 어디쯤에 와 있는지 돌아보면, 영성은 멀리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나만의 고유한 길임을 알게 된다.

“영적 여정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목적지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없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길을 헤매다 인생을 마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114~115쪽)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