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수원가톨릭대 국제학술발표회 ‘시노달리타스와 한국교회의 수용’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05-10 수정일 2022-05-10 발행일 2022-05-15 제 329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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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적 교회 되려면 “사제와 평신도, ‘애덕’으로 신뢰 쌓아야”
한국교회가 시대 변화에 따라
교회적으로 대응한 역사 고찰

5월 3~4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이성과신앙연구소 제42회 국제학술발표회 관계자들이 발표회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5월 3~4일 수원가톨릭대학교(총장 곽진상 제르마노 신부) 부설 이성과신앙연구소(소장 정진만 안젤로 신부)는 ‘시노달리타스와 한국교회의 수용’을 주제로 국제학술발표회를 마련했다. 이번 발표회는 서방교회의 신학적 사유와 사목적 경험을 듣고 이를 토대로 한국교회에서의 시노달리타스 가능성과 방법을 모색한 특별한 자리였다. 아울러 시노달리타스를 살아내기 위한 실천적 방법과 이를 방해하는 걸림돌을 동시에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교회 전체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의 교구 과정 중에 있는 만큼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가 종합토론에 함께해 교구 상황을 나누는 등 관심도도 높았다.

발표회는 주제에 다가가기 위해 세 단계로 접근했다.

1부 첫 단계는 교회론적 성찰과 더불어 인간학적, 사회문화적 배경 안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이해하는 작업이었다. 시노달리타스를 한국교회가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 고유한 교회론적·사회문화적 배경을 파악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였다.

여기서는 이탈리아 토리노대교구장 로베르토 레폴레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도권: 교회의 구성적 차원인 시노달리타스 재발견에 대한 요청’을 제목으로 한 발제를 통해 교회론적 입장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살폈다. 토리노대학 신학부 교수였던 레폴레 대주교는 지난 2월 19일 토리노대교구장에 임명돼 참석하지 못했다. 교황청립 살레시오대학교 사목신학대학원장 살바토레 쿠로 신부는 ‘상실된 ‘함께(con)’에 관한 연구: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인간학적 접근’ 발표로 인간학적인 면에서 시노달리타스를 고찰했다. 온라인으로 발표에 참석한 프랑스 파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교수 장-루이 술르티 신부는 ‘근대성,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주교직을 위한 기회인가?’ 주제로 사회문화적 환경 안에서 시노달리타스에 다가갔다.

2부에서는 프랑스 크레테이교구의 시노드를 통해 시노달리타스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연구했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오베르뉴 신학연구소장 앙리-제롬 가제 신부는 ‘선교적 회개와 제도적 개혁 사이의 시노달리타스: 크레테이교구의 경험에 대한 신학적 해석’에서 교구 시노드의 준비와 전 과정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구 시노드가 실제로 시노드적 교회의 통치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는 조건들을 밝혔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 신학위원회 위원인 벨기에 알퐁스 보라스 신부는 앙리-제롬 가제 신부 연구와 연계해 ‘가톨릭교회의 시노드적 회개의 전망에서 본 크레테이교구 시노드 후속 사목조치의 배경에 대한 교회법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보라스 신부는 ▲다양성에 의거한 세례 받은 모든 이의 공동책임성 촉진 ▲함께 경청하고 의견을 구하고 식별하고 결정하기 ▲협력 직무를 조장하고 더욱 큰 책임 증대하기 등 시노달리타스를 강화하기 위한 교회법적인 제안을 했다.

2부의 이 두 주제는 시노드적 교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개별교회 조건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나누는 기회였다. 무엇보다 시노달리타스에서 관건은 ‘신뢰’와 ‘애덕’임을 일깨웠다.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 신뢰 관계 및 경청 의무는 애덕에서 비롯된다는 것과 함께 사목자는 경청의 의무만이 아니라 들은 것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3부는 본격적으로 시노달리타스의 한국교회 수용을 도모하는 순서였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여진천(폰시아노) 신부는 ‘한국교회사에서의 시노달리타스(1857~1961)’를 주제로 이미 우리 교회 안에서 이뤄진 시노달리타스의 역사를 고찰했다. 여 신부는 발제를 통해 시노드와 공의회 등 교회의 회의는 변화하는 시대적·역사적 상황에서 교회가 현실을 인식하고 발생되는 문제에 교회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기정만(에제키엘) 신부와 한민택(바오로) 신부는 각각 ‘사목회의(1980~1984)와 한국교회의 시노달리타스 실현 방향’과 ‘수원교구 시노드(2000~2001)를 통해 본 한국교회의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노력: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해 한국교회 시노달리타스 역사를 신학적으로 재조명했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김의태(베네딕토) 신부는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실, 그리고 전망: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한 발표를 통해 교구와 본당에서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이성과신앙연구소가 2년반 전부터 진행해 온 준비 과정의 결과다. 연구소는 시노달리타스가 한국교회에서 매우 생소한 개념이며 민주주의적 결정 방식으로 오해될 소지가 많다는 입장에서 올바른 수용을 위한 사전 작업 차원으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식별’(2020년 봄·가을), ‘시노드적 교회를 향한 여정’(2021년 가을) 등 세 차례에 걸쳐 학술대회를 열었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오베르뉴 신학연구소장 앙리-제롬 가제 신부

■ 佛 클레르-몽페랑 오베르뉴 신학연구소장 앙리-제롬 가제 신부

“사제, 신자의 리더 아닌 ‘동반자’… 상명하복 정서부터 변해야”

경청. 5월 3~4일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신앙연구소 주최 제42회 국제학술발표회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실현과 과제: 프랑스 크레테이교구의 예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한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오베르뉴 신학연구소장 앙리-제롬 가제 신부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을 바로 경청으로 꼽았다.

가제 신부는 “고위 성직자들이 중심에 서서 신자들의 의견과 말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채운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느님 백성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지하게 수용한다면 이번 시노드는 성공할 것이고,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크레테이교구 총대리로서 2014~2016년 진행된 교구 시노드를 준비, 진행하고 후속 작업까지 맡았던 가제 신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교구 시노드를 통한 실천 사례를 나눔으로써 시노달리타스를 개념만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접근하는 데 도움을 줬다.

학술발표회에 이어 5월 5일 수원교구 사제들과 ‘시노드를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간담회’를 마련했던 가제 신부는 “시간적인 아쉬움을 느낄 만큼 사제들과 평신도들이 점점 열띤 모습으로 자유롭게 소신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가제 신부는 “시노달리타스의 중요성은 인지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지 못하는 상황은 프랑스교회와 한국교회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오랜 세기 동안 교회 안에서는 일부가 명령 내리고 나머지는 그에 따르는, ‘위’와 ‘아래’가 양분된 상황이 빚어졌습니다. 그것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 시노달리타스라고 봅니다.”

사제들을 위한 시노달리타스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로 ‘평신도들을 세례를 통한 신앙 안의 한 형제로 여기는 것’으로 지목한 가제 신부는 “사제들은 신자들의 리더가 아니라 동반자임을 깨달을 때 진정한 사목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제 신부는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신자들 안에 깃든 신앙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 마음 안에 뜨겁게 타오르는 복음의 불꽃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강력한 시노달리타스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이 바이러스가 잘 침투되기 위해서는 성직자와 신자들 모두 마스크를 벗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