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당에서 법률상담을? 생활 상담 나서는 본당들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3-08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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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신자들 삶과 신앙 함께 돌본다

법률·의료·노동·부동산 등
신자 전문가 연결해 상담 지원
공동체 힘 모아 해결책 고민

3월 6일 삼성산본당 빈첸시오회 회장 김설년(가운데)씨와 총무 최형규씨가 재개발로 30년간 살았던 집을 떠나야 하는 신자를 방문해 어려운 점을 듣고 있다.

재개발로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황 요셉씨. 지난 3월 6일 서울 삼성산본당 빈첸시오회(회장 김설년 요한 세례자) 회원들은 그의 집에 찾아가 “추운데 건강은 어떠시냐”는 인사말을 먼저 건넸다.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선뜻 털어놓지 못하고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을 염려해, 일상적인 인사와 위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오랫동안 살았던 집에서 갑자기 떠나려니, 무거운 마음과 갖가지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어디에도 토로할 길이 없었던 황씨는 회원들의 방문에 “형제님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삼성산본당(주임 김충섭 대건 안드레아 신부)은 최근 재개발로 어려움을 겪는 신자들을 위해 상담을 진행 중이다. 서울 신림동 지역 재개발로 갑작스럽게 이주를 해야 하는 신자들을 돕기 위해 본당 빈첸시오회가 주축이 됐다. 빈첸시오회는 법조계, 부동산업, 건설업, 임대업 등에 종사하는 본당 신자들을 연계, 거주지나 보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준다. 신자들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나가는 이러한 사목은 위기에 처한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 착한 목자,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도 상통한다.

신앙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어려움도 함께 고민하며 신자들과 동행하는 사목은 공동체 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에 필요한 사목방식이라는 게 교회 전문가의 의견이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한민택(바오로) 신부는 “개인의 욕구가 우선시 되는 사회로 변해감에 따라 교회의 사목도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러 본당들이 이러한 맞춤형 사목으로 신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서울 신대방동본당(주임 박근태 베네딕토 신부)은 신자들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문제들을 상담할 수 있는 생활상담소를 상반기 중 열 계획으로 현재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법률을 비롯해 의료, 심리, 교육, 세무, 노동, 부동산 등 생활과 밀접하지만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는 노력의 하나다. 서울 문정동본당(주임 박선용 요셉 신부)이 10년째 운영 중인 의료상담위원회도 신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의사와 약사인 신자들로 구성된 본당 의료상담위원회는 진료 분야별로 신자들이 궁금한 점을 상담해주며 건강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충섭 신부는 “신앙이 곧 삶이기 때문에, 신자들이 삶을 잘 살 수 있게 돕는 것은 교회가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이라며 “교회 공동체와 함께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것, 즉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신앙”이라고 설명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