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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지구촌 "전쟁 반대” 한목소리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3-08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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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상에 온 세계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계 곳곳 전쟁 반대 시위 봇물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 집회 열려
우리나라도 침공 중단 성명 
세계 교회, 미사·기도로 힘 보태

민간인 살상에 국제 사회 공분
교황, 무고한 이들의 희생 개탄
평화 위한 기도·단식 동참 호소
우크라이나 긴급 지원 촉구

2월 27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CNS

전 세계가 한 마음으로 ‘전쟁 반대’를 외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서는 물론 전쟁을 불사한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며 거리로 나섰다. 미국과 영국, 스위스, 브라질, 일본, 이란 등 전 세계 곳곳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반전 집회와 서명이 이어지고 당장 전쟁을 중단하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 “전쟁은 인류애의 상실”

지난 2월 27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인 신자들이 푸른 색과 노란 색의 자국기를 흔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일 삼종기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본격 침공한지 나흘째 되는 날, 이들은 고국에서 들려오는 전쟁의 참상에 몸서리를 치면서 “전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삼종기도를 주례하기 위해 집무실 창가에 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몇 주 동안 계속 호소했듯이 다시 한번 “자기 권력에만 관심이 있는 이들의 몸서리칠 만큼 비뚤어진 무기의 논리”를 비난하고 “전쟁을 일으킨 이들은 인류애를 상실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이어 “어리석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죽음”을 개탄하고 “폭력의 종식을 위해 더 간절하게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교황은 이에 앞서 2월 23일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재의 수요일인 3월 2일에 단식과 기도를 바칠 것을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호소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매일 밤 촛불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뿐만 아니라 교황청을 찾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촛불을 들고 간절한 평화의 염원을 담은 기도를 바치고 있다.

■ 전 세계에서 ‘전쟁 반대’

같은 날, 전 세계에서는 반전 시위가 봇물 터지듯 펼쳐졌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러시아대사관 앞으로 행진했고, 체코 프라하에서는 7만 명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도 1만5000여 명의 시위대가 반전 행진에 나섰다. 미국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로마의 콜로세움, 그리고 파리 에펠탑 등의 랜드마크에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인 파란색과 노란색의 조명을 밝혀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가 연일 이어졌다. 미국 시카고대교구는 토요일인 2월 26일 오전 9시 홀리네임대성당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한데 이어 일주일 내내 교구 내 3개 성당에서 돌아가며 특별 미사와 묵주기도 시간을 이어갔다.

이어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에서 열린 철야 기도회에는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참석해 러시아의 침공을 성토하고 평화를 촉구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인 크리스티나 무시씨는 “우리는 스탈린과 히틀러에게서 고통을 받았고 이제 푸틴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반대의 목소리는 침공의 당사국인 러시아에서조차 울려 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인 2월 24일부터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 비정부 기구 ‘OVD-info’에 따르면, 침공 첫날인 24일부터 사흘 동안에만 3093명이 체포됐다. 하지만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는 반전 시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평화를 호소하는 반전 시위가 열리고 있다. 400여 개 한국 시민사회 단체와 개인 130여 명은 2월 28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전쟁 중단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시민사회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반전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 한 러시아 여성이 모스크바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 밖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을 놓고 있다

3월 2일 교황청 바오로6세 홀에서 열린 교황 일반 알현에서 한 우크라이나 남성이 자국기를 들고 있다.

■ “이 아이의 눈빛과 의사들의 눈물을 보아라”

3월 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전쟁의 참상에 전 세계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 죄 없는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것을 푸틴에게 보여줘라… 이 아이의 눈빛, 그리고 우는 의사들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의 한 병원 응급실, 결국 고사리 같은 손을 떨어뜨리고 숨을 거둔 우크라이나 6살 소녀를 살리던 한 의사가 분노에 차 외쳤다. ‘핑크색 유니콘 파자마’를 입은 소녀는 2월 27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변을 당했다. SNS 시대, 참혹한 전장을 그대로 목격하는 세계는 다시 한번 그 참상에 치를 떨었다.

러시아군은 예상보다 거센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공격의 고삐를 더 거세게 쥐고 있다. 특히 민간인 거주 지역과 유치원, 학교 등에까지 무차별적인 포격과 공습을 가해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세르지 키슬리츠야 우크라이나 유엔 대사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나흘째였던 2월 27일 현재 어린이 16명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인 352명이 사망했고, 어린이 45명을 포함해 2040명이 부상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3월 2일 현재 침공 후 불과 일주일 만에 우크라이나 전체 국민 4400만 명의 2%가 넘는 100만 명이 국외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UNHCR은 최대 400만 명 이상이 고국을 등질 것으로 내다봤다.

■ 하느님께 평화를 청하자

3월 2일,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성 사비나 대성당에서 주례한 미사를 “으르렁거리는 전쟁 무기 앞에서 고통받고 도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로 시작했다. 그는 이어 “오늘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의 날에, 영적 무기로 무장해 우리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건설할 수 없는 평화를 하느님께 청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당초 재의 수요일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었으나 극심한 무릎 통증과 의사의 권고에 따라 오전에 있었던 주간 일반알현에만 참석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인 수도자인 마렉 빅토르 곤갈로 신부에게 경의를 표시하고 이같이 말했다.

“그의 노부모는 지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는 러시아어 표기) 인근 지하 방공호에 몸을 피하고 있습니다. 신부님과 함께함으로써 우리는 폭격과 공습으로 고통받는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함께합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대교구장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가 동영상을 통해 현지 소식을 전해왔다.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는 카르키프, 수미, 체르니히브, 케르손 등의 도시가 심각한 식량과 의약품 부족의 상태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는 침공에도 불구하고 현재 키이우에 머물러 있다. 동영상을 통해 그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와 단식의 날을 지내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오직 우리가 하나일 때에만 우리는 강해질 수 있고 이 전쟁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