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핵발전, 기후위기 대안일까?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2-28 수정일 2022-03-02 발행일 2022-03-06 제 3284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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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축효과 없고, 방사능 사라지는 데 10만 년 넘게 걸려 
핵발전소의 고준위 핵폐기물
1g으로 수천 명 죽을 수 있어

CNS 자료사진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지구촌의 과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재생 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핵발전이 기후위기 대안이라는 주장이 거세게 나온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탈핵 기조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주요 대선 후보들도 탈핵을 거부하고 핵발전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핵발전이 기후위기 시대 대안일까? 환경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선 기후위기의 긴박성을 볼 때, 핵발전 확대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세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석탄화력발전소를 핵발전소로 대체하려면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 24기를 2배 이상 늘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 핵발전소 1기 건설에는 최소 10년 이상 소요된다. 코앞까지 닥친 기후위기 대응 방안으로 핵발전은 부적절하다.

핵발전이 탄소배출 없는 청정 에너지원이라는 주장도 허구다. 핵연료 채굴과 농축,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 해체 등을 통해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또한 핵발전소 건설 기간을 고려할 때, 10년 넘는 기간 동안 재생 에너지를 확대해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핵발전 관련 가장 큰 우려는 핵발전소 사고, 그리고 핵발전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다. 체르노빌과 스리마일에서의 핵발전소 사고와 함께 역사상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꼽히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현지를 황폐화시켰고, 인접국인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핵발전 연료로 사용 후 핵쓰레기로 발생되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단 1g만으로 수천 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지만, 방사능이 사라지기까지 10만 년 이상 걸린다. 인류는 아직 이 위험한 핵쓰레기를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핵발전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최근 자주 거론되는 소형 모듈 핵발전소(SMR)는 상용화는커녕 경제성에 있어서도 아직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미국과 독일 등이 40년 넘게 수십조 원을 투자했지만 아직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핵발전 찬성론자들은 우리나라 핵발전 기술이 안전성 문제를 해소했고 지금까지 거의 핵발전소 사고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사고가 300건이 넘는다. 핵무기는 물론 핵발전 등 핵기술은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교회가 핵기술에 대한 절대적 반대 입장을 표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결국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은 석탄화력발전을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류와 공존할 수 없는 핵기술을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주장하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더 큰 위험과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교회를 포함한 시민사회와 환경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2011년 3월 21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가 폭발한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역사에서 배운다, 사상 최악 핵발전소 사고들

후쿠시마 사고로 방사능 대량 유출

체르노빌, 수백만 명 피폭

스리마일, 핵연료 누출 피해

지난해 4월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했다. 인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등의 지지를 받아 이를 강행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을 통해 오염수가 안전하게 희석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사능 물질이 희석된다고 해도 오염이 제거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핵발전소 사고는 단기간 일회성 피해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지역에 항구적 피해를 야기한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발전소 사고 등급을 0에서 7까지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따라 핵발전소 사고를 0~7등급의 8단계로 분류한다. 핵발전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꼽히는 것은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1979),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1986),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2011) 등이다. 그 외에 구소련 키시팀 사고(1957)와 루센스 사고(1969)도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지적된다.

2019년 3월 9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년을 맞아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나비행진’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사고 등급 5등급인 스리마일섬 핵발전소 사고는 1979년 발생한 미국 최초의 핵발전소 사고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있는 스리마일섬의 핵발전소 2호기에서 냉각장치가 파열, 핵연료가 외부로 누출됐다. 노심의 절반 이상이 녹는 노심용융 사태가 발생, 대량의 핵연료가 외부로 누출됐다. 다행히 원자로 격납용기가 붕괴되지 않아 피폭량은 미량이었고 이에 따라 외부 인명 피해는 없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 벨라루스 접경지역에 있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제4호기 원자로가 폭발한 사고다. 역대 최악의 사고로 꼽히는 이 사고로 현장에서 2명이 사망했고, 28명이 3개월 내, 추가로 19명이 2004년까지 사망했다. 이 사고의 후유증으로 방사능 관련 질병 사망자는 적게는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까지로 추산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인접국인 일본에서 발생한 사고인 데다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7등급에 해당하는 최악의 사고로 기록됐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핵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대량 누출됐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