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원교구 새 사제 14명, 미리내성지 순례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02-23 수정일 2022-02-23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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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신부님께 부끄럽지 않은 후배 되겠습니다”

김대건 성인 묘소 참배하며 
사제로서의 다짐 되새겨

2월 14일 새 사제 14명이 미리내성지를 순례하고 김대건 성인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박주민 신부 제공

지난해 12월 3일 서품을 받은 교구 새 사제들이 한국교회 첫 사제 성 김대건 신부가 묻힌 미리내성지를 순례하고 사제로서의 다짐을 새롭게 했다.

지난 2월 14일 오후 2시 박주민 신부(바오로·제1대리구 지동본당 보좌)를 비롯한 새 사제 14명은 안성 미리내성지(전담 지철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찾았다. 사제의 걸음을 막 시작하면서 박해의 고통과 배교라는 유혹 속에서 꿋꿋이 하느님 사랑으로 신앙을 지키고 그 사랑으로 한국교회를 지켰던 성인을 떠올리고 다시금 첫 마음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최근 들어 교구에서는 새 사제들이 서품 후 첫 동기 모임을 미리내성지에서 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제단이 함께 성인에게 인사드리면서 한국의 복음화를 위해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전구를 청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서품 전 9일 피정을 지도한 원로사목자 최재용(바르톨로메오) 신부가 초청됐다. 지철현 신부도 자리를 함께했다. 지 신부는 새 사제들이 신학생 시절 성소국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새 사제들은 오후 2시30분경부터 미리내성지 보좌 김규홍(도미니코) 신부 안내로 김대건 성인 묘소 등 성지 곳곳을 순례하고 오후 4시에는 성지 내 성요셉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서품 2개월을 막 넘긴 사제들이 함께 성인의 자취를 찾아 나선 시간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대부분 김대건 성인에 대해서 이미 많이 알고 있었고, 이전에 여러 번 방문했었다고 해도 성인의 후배 사제로, 또 동기 사제들과 함께 성지를 찾는 감회는 남달랐다.

“사제로서 김대건 신부님 묘 앞에 서 있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는 박주민 신부는 “묘소 앞에서 침묵 중에 기도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고, 새로운 마음으로 서품 동기들과 함께 봉헌한 미사도 더욱 의미 깊었다”고 말했다.

김대건 성인의 모친 고 우르술라 묘소에서는 자식을 하느님과 교회에 봉헌한 부모님들을 떠올리고 기억하는 시간이 됐다.

제1대리구 신갈본당 보좌 박재환(가브리엘) 신부는 “동기 사제들이 성지를 방문해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정말 사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면서 “김대건 신부님의 후배 신부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자고 다시 한번 다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행한 최재용 신부는 사제단 부모들이 보낸 편지를 낭독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상대의 모양에 맞춰 담을 수 있는 보자기 같은 사제가 되어 신자들의 여러 마음을 어루만져 달라’는 부모들의 당부는 사제단에게 공감을 자아냈다.

박주민 신부는 “아들 신부들에게 전 신자들을 대표해 전달하는 부모님의 부탁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랑하는 아들들이 신자 한 분 한 분을 위해 살아가는 그런 겸손한 사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