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쿠바 아바나 ‘주님 공현 수도원’ 원장으로 임명된 장경욱 신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2-23 수정일 2022-02-23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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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박스가 저희 수도원입니다”

2017년 선교사제로 쿠바행
수도원 건축 위해 ‘구슬땀’
간접 선교 위해 농장도 가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하루의 고마움, 쿠바에서 매일 이런 작은 은총을 경험하며 더욱 주님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산호세 데 라스 라하스, 고속도로 30㎞ 지점.’ 주소조차 제대로 검색되지 않는 곳에 컨테이너와 벽돌로 올린 건물이 전부인 쿠바 아바나 주님 공현 수도원. 지난 2월 10일 이 수도원의 원장으로 임명된 장경욱(아론) 신부는 “아바나 주님 공현 수도원은 주님의 은총과 희망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장소”라고 소개했다.

쿠바 사회주의 혁명 정부 이후, 2008년 쿠바에 진출한 유일한 수도회인 성 베네딕도회.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장 신부는 2017년 3월 쿠바에 도착했다. 한국인 선교사제로서는 처음이다.

장 신부가 도착했을 때에는 정부로부터 이양받은 수도원 부지에 땅을 정비하고 개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바나 도심에서 35㎞가량 떨어진 산호세에 컨테이너 박스와 소박하게 지은 벽돌 건물이 전부인 수도원에서 세 명의 수도자들은 6년째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수도원 건축을 위해 애쓰고 있다.

쿠바 아바나 주님 공현 수도원 전경. 장경욱 신부 제공

“쿠바의 느린 행정, 전문 인력과 건축 자재 부족 등의 이유로 수도원 건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주 느리지만 수도원 건축 프로젝트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또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교 사명을 실천하는 일은 이곳 수도자들이 잊지 않는 일과 중 하나다. 쿠바는 사회주의국가이긴 하지만 미사집전 등 기본적인 종교활동은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 밖으로 확장된 사목활동에는 난관이 있다는 게 장 신부의 설명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든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숙식제공 등은 아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간접선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도회 부지에서 농산물을 생산해 신학교나 본당 혹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급식소를 운영하는 공동체에 제공하고 있어요. 농장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도 저희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입니다.”

수도원장이 됐지만 장 신부의 일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농장과 수도원 건축 현장을 오가며 열심히 일한 뒤, 주님의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를 마감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두 명의 수도자와 함께 의논하고 함께 책임감을 느끼며 아름다운 수도원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앞으로 저희 수도회가 쿠바교회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후원 계좌: 국민은행 608001-04-056954(예금주(재)왜관성베네딕도수도원)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