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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획] 정치와 선거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2-15 수정일 2022-02-15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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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는 ‘봉사자’… 이해관계에 의해 선택해선 안 돼

국가의 역할 “시민사회와 시민의 공동선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
국민의 권리·의무 “공동선 증진 위한 자유 투표 권리와 의무 잊지 말아야”
국가 지도자는 “옳지 못한 법률 제정하거나  윤리 질서 어긋나선 안 돼”

<게재 순서>

1. 정치와 선거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2. 다양한 사회 이슈에 관한 교회의 입장

3. 그리스도인의 선택 - 주교회의 대선 정책 질의서 답변 해설

‘민주주의의 꽃.’ 흔히 선거를 일컫는 말이다.

민주주의(民主主義)는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원리를 뜻한다. 인류가 만들어 낸 정치제도 중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비유하는 이유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지만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한계로 인해 유권자의 대리인을 뽑는 선거를 통해 정치적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사활이 선거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스도인은 선거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고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지 교회 가르침을 살펴본다.

■ 정치공동체 존재 이유 – 공동선

“정치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하여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완전한 자기 정당화의 의미를 얻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74항에는 정치공동체의 존재 이유가 ‘공동선’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치공동체가 사익이나 지역적, 계층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고 자기 정당화의 의미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대선 후보와 그 후보가 속한 정당 역시 국가와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해야만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

가톨릭교회는 ‘공동선’을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가톨릭교회 교리서」 1906항)로 정의한다. ‘공동선 실현’이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에게 후보자를 선택하는 1차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1910항은 “공동선은 정치공동체 안에서 가장 완전하게 실현된다. 시민사회, 시민, 중간집단들의 공동선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정치공동체에 권한을 부여하고 국가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공동선을 최고 가치로 삼아 행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양성일(시메온) 신부는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개개인이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이 미흡할 수밖에 없어 정치공동체에 공동선 실현의 책임을 맡기고 있다”며 “교회가 신자들에게 선거를 통한 정치 참여를 요청하는 이유 역시 공동선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선거 참여, 신자 권리이자 의무

가톨릭교회는 선거를 신자들의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면서 참여해야 하는 의무라고 가르친다. “모든 국민은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자유 투표를 할 권리와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목헌장」 75항은 선거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한다. 또한 「간추린 사회교리」 413항은 “정당들은 국민들이 정치적 선택을 내리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 가능성을 제공하도록 요구받는다”면서 정치적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도구로 투표를 예시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 선출을 포함하는 ‘지극히 중요한 결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요한 23세 교황도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 ‘인간의 권리들’ 중 하나로 ‘정치 참여의 권리’를 예시하면서 26항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따라 공공 생활에 적극 참여하고, 공동선 실현에 공헌해야 할 권리가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참여의 권리’ 중 핵심은 단연 선거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필자인 서울대교구 이주형(요한 세례자) 신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에게 주권이 있다면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유권자에게 주권이 있다”며 “사회적 정치 풍토는 국민들의 정치 참여 의식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선거는 모든 국민에게 국가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리스도인에게는 ‘사회복음화’를 이루는 정치행위라는 보다 큰 의미가 부여된다. 교회는 정치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국민들이 인간의 권리를 참되게 행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의무들을 온전하게 이행할 수 있는 인간적 환경을 조성해 주고자 노력함으로써 공동선을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89항) 그리스도인에게 선거는 올바른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을 통해 보다 인간적이고 복음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 누구를 뽑아야 하나

가톨릭교회는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는지 명확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공동체의 존재 목적과 직결된다. 곧 정치 지도자는 ‘봉사자’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12항) 교회가 ‘구원의 봉사자’인 것(「간추린 사회교리」 60항)과 마찬가지로 정치 지도자는 ‘국가와 사회의 봉사자’라는 것이 교회 가르침이다.

봉사자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덕목도 제시된다. “공권력은 집단의 공동선을 추구하고, 또한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합당한 방법들을 사용해야 비로소 정당하게 행사되는 것이다. 만일 지도자들이 옳지 못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윤리 질서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 있다면, 그런 규정들은 양심을 구속하지 못할 것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903항) 다소 추상적인 이 조항은 “교회는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하여 국가 체제를 점령하고 폐쇄된 지배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도와주면 안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법치 국가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올바른 인간관의 기초 위에 성립한다”는 「간추린 사회교리」 406항에 의해 의미가 선명해진다. 최소한 신자들이라면 지역이나 집단,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후보자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진리의 광채」에서 정치인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다스리는 사람과 다스려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의 진실성 ▲공직사회에서의 개방성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의 권리 존중 ▲공금의 정당하고 정직한 사용 ▲권력을 유지하거나 증진시키기 위한 불법 수단 사용의 거부 등을 제시(101항)함으로써 후보 선택을 돕고 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동호(안드레아) 신부는 “시민들은 시대 징표를 알고 선과 악을 분별하면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며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심각한 불평등을 극복하고 균형과 평등, 국가 공공성을 강화할 후보가 국가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후보들의 정책을 살펴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을 택해 책임 있는 주권행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