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선 후보 탈핵 정책 비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2-08 수정일 2022-02-09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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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애매모호 尹 친원전… “안전한 세상 위해 정책 변화 절실”
탈핵 법제화 등 정책 과제
각당 대선 후보 7명에 질의
李 신규 핵발전 등 판단 ‘유보’
尹 탈원전 정책 대체로 ‘반대’
沈 탈핵 과제들 적극 ‘동의’

※각 후보 사진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국내 69개 환경 단체들의 연대체인 ‘2022 탈핵대선연대’는 올해 1월 11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선을 앞두고 핵발전소 조기 폐로 및 탈핵 법제화 등 7대 탈핵 정책을 제안했다. 탈핵대선연대는 나아가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김재연·오준호·김동연 대선 후보에게 탈핵 정책 질의서를 보냈다. 그중 안철수·김동연 후보를 제외한 5명의 후보가 답변서를 보내왔다.

■ 탈핵 정책 질의 대상과 문항

2022 탈핵대선연대는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가톨릭 환경 단체를 포함한 전국 주요 환경 단체들의 연대체로 출범했다. 교회에서는 가톨릭기후행동을 비롯한 10여 개 기구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탈핵 정책 질의가 주어진 각당 대선 후보는 모두 7명으로,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안철수(국민의당), 심상정(정의당), 김재연(진보당), 오준호(기본소득당), 김동연(새로운물결) 후보다. 안철수·김동연 후보를 제외하고 5명이 답변서를 보내왔다.

질의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됐다. 핵발전 관련 3개 쟁점에 대한 의견과 탈핵대선연대가 발표한 7대 과제 19개 요구안 각각에 대한 동의 여부다.

핵발전 관련 3개 쟁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 중단 ▲원전 수명 연장 금지다.

탈핵대선연대 7대 과제는 ▲핵발전소 조기 폐로 및 탈핵 법제화 ▲제대로 된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정책 마련 ▲핵발전 규제 강화 ▲지역권한 확대/시민 참여 제도화 ▲방사선 영향과 피해 대책 마련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 ▲초고압 송전탑 건설 중단 및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이다.

■ 핵발전 관련 쟁점

핵발전 관련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을 물은 질의에서 거대 양당 대선 후보들은 신규 핵발전 사업, 즉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 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적극 추진 의사를 밝히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지금까지의 탈핵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신규 핵발전소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탄소중립을 위해 기술 자산이자 무탄소 전원인 원전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건설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정책적 결정의 문제를 ‘국민 의견 수렴’이라는 명목으로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 개발 중단’에 대한 질문에서 이재명 후보는 과학기술 확보를 위해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윤석열 후보는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원전이므로 적극적으로 개발 및 활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설계 수명이 완료된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에 대한 질의에는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수명 완료된 원전의 폐로 수순에 돌입하는 원전 폐로 의무화에 동의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에 대해 “원전의 안전성은 원전 수명이 아닌 원전 고유 안전 특성에 좌우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상정·김재연·오준호 후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 소형모듈원자로 연구 개발 중단,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 세 항목 모두에 대해 동의했다.

한편 질의에 답변하지 않은 안철수 후보의 경우 신규 핵발전 사업에 대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월 12일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명의 대선 후보에게 질의한 기후 에너지 환경 정책 관련 질의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후보는 신한울 3·4호기 및 소형모듈원자로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 금지에 대해 반대했고,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 탈핵 7대 과제

핵발전 관련 3개 핵심 쟁점에 대한 질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심상정·김재연·오준호 후보는 2022 탈핵대선연대가 제안한 탈핵 7대 과제 19개 항목에 모두 동의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핵심적인 과제들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였고, 윤석열 후보는 대부분 적극적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핵발전소 조기 폐로 및 탈핵 법제화’를 비롯해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정책 재검토’, ‘지역 권한 확대/시민 참여 제도화’, ‘방사선 영향과 피해대책 마련’, ‘신울진-신가평 500㎸ 초고압 송전탑 건설 추진 중단’ 등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안전 연구 중심 기능 전환, 기체/액체 방사성물질 배출기준 및 규제 강화, 기후위기에 따른 핵발전소 안전성 영향 평가,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및 중대사고 방재 대책 마련의 필요성, 그리고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실질적 외교 활동 전개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윤석열 후보는 핵발전 전반에 걸쳐 적극 활용 의사를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핵폐기물 재처리 역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핵발전 규제 강화’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에 대해 부분적인 유보적 태도를 밝힌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질의에 반대의 뜻을 표시했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후보는 ‘핵발전소 조기 폐로 및 탈핵 법제화,’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정책 재검토,’ ‘방사선 영향과 피해 대책 마련’에 반대했고, ‘신울진-신가평 500㎸ 초고압 송전탑 건설 추진’에 찬성했다. 원자력 규제 권한을 지역에 배분하는 것에도 반대했고, 심지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활동에도 동의하기보다는 “정치적 시각이 아닌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둔 외교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특히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범국민적 우려와는 매우 동떨어진 태도다.

이번 질의를 주관한 2022 탈핵대선연대는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지난 대선 시기 우리 사회가 공감했던 탈핵을 통한 안전사회라는 지향이 5년이 지난 지금 거대 양당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의 입장에서 현격히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탈핵대선연대는 따라서 “이번 선거가 우리 사회가 안전사회로 나아갈지, 위험사회로 빠져들지 가늠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탈핵으로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후보들의 정책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