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우리농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1-25 수정일 2022-01-25 발행일 2022-01-30 제 328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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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활동 제한에 매출 반토막… 이상 기후로 수확 대폭 감소
우리 모두의 적극적 관심으로
도농 생활공동체 되살려야

2020년 7월 19일 서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농민학교 수료생들이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앞에서 우리 농산물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만 2년을 넘긴 코로나19 팬데믹. 그 직격탄을 맞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상임대표 안영배 요한 사도 신부, 이하 우리농)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서 우리농 역시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한 유통망의 붕괴와 비대면 상황은 생명 농산물의 유통망을 무너뜨리고, 그동안 다양하게 펼쳐지던 우리농의 모든 활동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게 만들었다. 팬데믹과 기후위기로 인한 우리농의 어려움을 살펴본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활동하는 서울대교구 우리농의 경우, 명동과 잠실, 목동, 은평, 경기도 광주 등 5개 직영 나눔터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던 2020년 5~7월 명동과 광주를 제외한 3개 점의 문을 닫았다.

개인 온라인 회원 확보와 다양한 대안적 유통망 개발로 지난해 총 매출은 팬데믹 전인 2019년 대비 14억 원 감소에 그쳤지만, 오프라인 직영 나눔터 매출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본당 생활공동체 나눔터의 경우, 서울 우리농 관할 지역에서는 팬데믹 이전에 총 45개 본당에서 나눔터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16개 본당이 나눔터를 폐쇄했다. 이로 인해 본당 나눔터 매출 역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마당에서 열리던 명동보름장은 2019년 총 15회 열렸지만 2020년에는 11회의 소규모 장터를 여는 데 그쳐 매출이 이전 대비 3분의 1에 못 미쳤다. 2019년 한 해에만 약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도농 한마당 잔치는 2년 동안 아예 열지 못했다. 그 외에 농촌 일손 돕기, 농사 체험, 결연 본당 교류 행사 등도 2년 동안 한 차례도 열 수 없었다.

상황은 서울과 수도권 외 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전교구의 경우 천안두정동본당 등 4개 본당에서 나눔터를 운영했지만 3개 본당 나눔터가 문을 닫고 현재 무인판매대가 운영되는 세종성프란치스코본당 1개소만 운영되고 있다.

2021년 1월 세종성요한본당 주임 박제준 신부가 우리농 무인판매장을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대전교구에서는 무인판매장을 운영하는 세종성요한본당 외의 모든 본당에서 우리농 나눔터가 문을 닫았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 강승수(요셉) 신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신자들이 성당에 오지 못하거나 극도로 제한된 인원만 올 수 있는 상황에서 나눔터 운영은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로 인해 우리 농산물의 유통망 자체가 붕괴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우리농 도시 생활공동체의 모든 매출과 활동이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농촌 생활공동체, 즉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과 농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농산물 학교 급식이 거의 대부분 중단됐다. 우리 농산물 학교 급식은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우리 농산물 대량 유통의 주요한 방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고 급식이 중단되면서 주요한 우리 농산물 소비처가 사라졌다.

팬데믹으로 인해 농촌 일손이 심각하게 부족한 것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인건비가 2배로 폭등했다.

나아가 팬데믹의 영향에 앞서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기후위기로 인해 농사를 짓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강 신부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기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기후 주기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전에는 없었던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한 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이상 기후로 인한 농가 피해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쌀 생산량은 소폭 증가했지만, 지역에 따라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고성에서는 수확기에 비가 자주 와 벼 이삭에 싹이 나는 수발아(穗發芽) 현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전북에서는 부안, 김제, 정읍 등을 중심으로 가을장마와 태풍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로 인해 지난해 한 해에만 전국 62만589㏊에서 벼 병해충이 발생했다.

기상청이 지난 2020년 7월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21세기 말 한반도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4.7℃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연간 폭염 일수는 현재 10.1일에서 35.5일로 급증하고 홍수 등 각종 자연재해가 일상화되고 병충해도 급증해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어려워진다. 기후 자체가 아예 온대성에서 아열대성으로 변화,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상당수가 생산이 불가능해지거나 수확량이 대폭 감소한다. 그 과정에서 농민과 농촌의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러한 피해 양상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김현정(골롬바) 서울 우리농 법인사업국장은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은 생명 농업”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과 농촌의 어려움은 농민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국장은 “우리 농산물 소비량의 감소로 인해 우리농 생산지의 조직 기반이 약화되고 농민들의 판로가 무너지는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우리농 운동의 두 축인 농촌 생활공동체와 도시 생활공동체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신부는 “무엇보다도 도시 본당 생활공동체의 활성화와 본당 나눔터의 확산이 시급하다”며 “본당마다 다양한 상황이 있겠지만 의지를 갖고 생명 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우리농 나눔터를 설치, 운영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