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원 아녜스의 집, 시설 내 식당 운영해 수익금은 백신 나눔에 기부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01-05 수정일 2022-01-05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양로원 ‘비밀식당’, 코로나 시국에만 문 연다고요?

백신 성금 모으려 고민 끝에
양로원 내 재능기부 식당 마련
“사랑 나눔이 주는 보람 느껴”

지난해 12월 17일 아녜스의 집 어르신들이 교구 사회복음화국 부국장 이규현 신부에게 사랑의 백신 나누기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수원교구 홍보국 제공

어르신 주거 복지시설(양로원) 여자 어르신들이 3개월 여 동안 재능기부로 시설 내에서 밥집을 운영하고 그 수익금을 사랑의 백신 나누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17일 수원 천천동 아녜스의 집(원장 김은미 엘리사벳 수녀) 식당에서는 사랑의 백신 나눔 성금 전달식이 열렸다. 이곳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지난 9월 10일부터 매주 금요일 재능기부 식당을 열어 마련한 성금 120만5000원을 교구 사회복음화국 부국장 이규현(가롤로 보로메오) 신부에게 전한 것이다. 사회복지법인 천사의 모후원에서 운영하는 아녜스의 집은 65세 이상 일상생활이 가능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어르신 주거 복지시설이며 현재 여자 어르신 38명이 살고 있다.

이번 성금은 보살핌을 받는 어르신들이 더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가진 재능을 나누고 구체적인 도움 방안을 마련해 더 의미가 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면회나 외출, 외박이 금지되고 가족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우울감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어르신들은 저소득 국가 국민들이 마스크도 없이 백신 접종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백신 나누기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송귀단(모니카) 어르신 등이 식당 운영 경험이 있었기에 밥집을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건강한 어르신은 음식 만들기 재능 기부를, 여의치 못한 어르신들은 밥을 사 먹으며 밥값으로 기금을 모았다.

이렇게 해서 매주 금요일 시설 식당에서는 ‘할머니 식당’이 문을 열었고 5000원에 한 끼 식사가 제공됐다. 회의를 통해 메뉴 선정에서부터 식사 여부까지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성금을 모으면서 나눔 취지에 공감한 자발적 기부도 이어졌다.

밥집 운영은 나눔은 물론 여러모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코로나19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겪었던 어르신들은 활기찬 나눔 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꼈다. 또 음식 솜씨가 좋은 어르신은 재능을 나눴고, 그 외 어르신들은 식당에서 원하는 메뉴를 맛보는 외식의 기회를 얻었고 빈대떡, 도토리묵 등 음식을 통해 추억을 소환했다. 음식 만들기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아프면 식당을 열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운동하며 건강을 관리했고 금요일이 되면 모자와 앞치마 차림으로 조리 시간을 기다렸다.

아녜스의 집 관계자는 “도움을 받는 어르신들이 기도뿐만 아니라 물질로도 나눌 수 있음에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17일로 운영을 마감한 ‘할머니 식당’은 어르신들의 요청에 백신 나눔 지향으로 올 2월부터 다시 문을 연다.

김은미 수녀는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던 어르신들이 나눔을 통해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또 모두는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음을 새롭게 느끼신 것 같다”며 “이번 나눔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임을 느끼고 삶의 보람과 활기를 북돋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