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신년 르포] 3대가 모여 매일 저녁 기도 바치는 서동순씨 가족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12-29 수정일 2021-12-29 발행일 2022-01-02 제 327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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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하느님 모두와 가까워지는 시간이 소중해요”

 9·11·13세 남매와 어머니·외할머니 모여
 매일 저녁기도·주말마다 기도모임 진행
 교구에서 ‘성가정 축복장’도 받아
“가족간 사랑하는 마음도 기도만큼 중요”

성모상을 중심으로 포즈를 취한 가족들. 왼쪽부터 하영양, 주찬군, 엄마 서동순씨, 할머니 한상숙씨, 하선양.

코로나19 팬데믹은 가정과 일상 안에서의 신앙생활 중요성을 일깨운다. 특히 가정은 신앙 전수의 장으로 그 의미가 더 부각되고 있다. 한 해를 시작하며 매일 기도 안에서 서로를 돌아보고 소통하는 서동순(마리아·44·제1대리구 던지실본당)씨 가정을 찾았다. 하느님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가꾸고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자리에 함께해 본다.

“먼동이 트이듯 나타나고, 달과 같이 아름답고, 해와 같이 빛나며, 진을 친 군대처럼 두려운 저 여인은 누구실까?”

지난 12월 26일 저녁 서동순씨 집 거실은 서씨와 서하선(바울라·13)·하영(가타리나·11)·주찬(베드로·9) 삼 남매, 그리고 서씨 모친 한상숙(도로테아·69)씨 등 3대가 바치는 레지오마리애의 기도문 소리로 가득했다. 이들은 매일 저녁마다 묵주기도와 레지오마리애의 까떼나, 저녁 기도를 함께 바친다. 오랫동안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한 할머니 한상숙씨의 성모 마리아 사랑을 따라 시작된 서씨 가족의 특별한 기도 습관이다.

지난 10월 말부터 주일 저녁에는 쁘레시디움 주 회합 형식을 갖춰 기도 모임을 한다. 묵주기도 및 레지오마리애 기도문을 바치는 것과 함께 활동 보고, 회의록 낭독, 훈화 등 기본적인 레지오 주회 순서가 이어진다. 엄마 서씨가 단장이 되고 주찬군은 부단장, 하선양은 서기, 하영양은 회계 역할을 맡는다. 할머니 한씨는 평단원이다.

주말 저녁이라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방영될 시간일 수도 있으련만 간혹 하품을 하거나 초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도 다들 엄마 단장님 선창에 따라 진지하게 묵주기도를 바쳤다. 활동 보고 때는 미사 참례, 묵주기도, 사제를 위한 기도 등 기도 내용과 학교와 성당에서 친구들에게 착한 일을 한 내용들을 나눴다.

마침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었던 이날 가족들은 교구에서 수여하는 성가정 축복장을 받았다. 그런 만큼 기도 중에는 “큰 상이 주어졌으니, 그 상의 의미처럼 성가정으로 거듭나게 해 달라”는 지향이 기도로 봉헌됐다.

엄마 서씨는 훈화를 통해 특별히 “성가정의 의무는 기도도 중요하지만 가족끼리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겨울방학이 됐으니 평일 미사 참례 회수를 늘리라”면서 활동도 추가로 배당했다. 한 시간여를 넘긴 기도 시간은 저녁 기도와 자유 기도로 마무리됐다.

성모 마리아를 중심에 둔 서씨 가족의 기도 모임은 할머니 한씨 영향이 크다. 베트남에서 생활하던 서씨 가족이 코로나19로 지난 7월 귀국 후 함께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마련됐다. 팬데믹으로 본당 소모임이 중지되고 쁘레시디움 회합도 여의치 않던 차에 한씨가 레지오마리애 기도를 권유하면서 특별한 가정 기도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매일 기도’를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 자녀들은 대체로 잘 따르고 있다. “기도는 ‘밥 먹듯이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커진 듯하다”고 서씨가 귀띔했다.

주찬군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와 엄마, 누나들과 함께 하는 기도라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고, 하영양은 “매일 기도가 보람차다”고 입을 모았다. 하선양은 “기도 시간을 통해 대화하는 틈이 생기고 또 가족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힘이 생겼다”며 “기도를 마치면 흐뭇한 마음이 들면서 하느님께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런 가정 기도가 이뤄진 데에는 할머니로부터 엄마에게로 이른 신앙 흐름이 밑바탕이다. 서씨는 갓난쟁이였던 자신을 업고서도 매일 미사 참례를 거르지 않던 한씨의 독실한 신앙을 배웠고, 자녀들에게 대물림하고 있다. 매일 기도와 더불어 평일에 세 번 이상 미사 참례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에게 세상의 지식을 아는 것보다 영적으로 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시키려 노력한다. 하선과 하영양은 본당에서 각각 미사해설 단원과 복사단으로 열심히 활동 중이다.

서씨는 “아이들이 반대하고 못하겠다고 한다면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기도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 자리에 모여 매일 기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보람차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새해에는 남편과 부친도 함께하는 가정 기도를 꿈꾼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