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기획 / 기후위기 대응, 종교 역할 커지고 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12-07 수정일 2021-12-07 발행일 2021-12-12 제 3273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탄소중립 의지 없는 정부… 위기 맞서려 ‘뭉치는’ 종교계 

정치·경제계, 말로는 기후위기 극복 외쳐도 대응은 미온적 
종교계, 시민단체와 연대… 교회도 지구 살리기에 총력전

기후위기 대응에 종교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다.

각종 기후재난이 이어져 인류 생존이 위협받고 있지만,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의 기후위기 대응은 실망스런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기후 대응에 시민단체, 특히 종교계의 생태환경 보호 노력에 대한 요청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11월 24일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주관으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등 국내 7대 종교지도자 초청 간담회를 열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실천에 대한 종교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요청”했다.

간담회에서는 종교계 중심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실천 계획 및 정부와 종교계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사실상 탄소중립위원회로부터 종교위원들이 전원 사퇴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종교계의 기후위기 대응 요구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거리가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백종연 신부 등 종교위원 4인은 9월 30일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에 절망감을 표시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국제적인 기후위기 대응 현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10월 31일부터 2주 동안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기 중 환경 단체들은 각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고 10만여 명이 기후위기 즉각 대응을 촉구했다. 당시 종교인들의 참여와 지도적 역할이 눈에 띄었는데, 여기에는 특히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통합적 생태론을 제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정치, 경제 및 산업계의 기후위기 대응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국내 종교계는 최근 들어 사회시민단체들과 함께 활발한 연대를 형성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5대 종단 환경 연대 ‘종교환경회의’는 10월 26일 설립 20주년을 맞아 “환경운동은 종교의 근본으로 가는 방편”임을 선언하고 “자연파괴를 막기 위한 감시와 저항운동·대안 마련과 생태 사회전환운동·국민 의식계몽과 영성운동 등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문화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비롯한 개신교단 환경 관련 부서와 시민단체들은 지난 11월 11일 열린 기독교환경회의에서 내년 주제를 ‘창조세계의 온전성을 회복하는 교회’로 정하고 기후위기 적극 대응을 다짐했다.

환경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불교계 역시 팬데믹 이후 환경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6월 ‘탄소중립과 생명 전환을 위한 대한불교조계종 담화문’을 발표한 데 이어 11월 10일 기후변화 관련 첫 세미나를 열어 불교계의 향후 기후위기 대응의 구체적 목표와 방향을 논의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세계가톨릭기후행동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선 가톨릭교회는 국내에서도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을 중심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전 교구가 2022년부터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통해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간다.

한국가톨릭기후행동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운영위원은 “신자유주의적 접근 방식이 주도한 COP26의 실패는 예견된 것”으로 “총회 결과와 상관없이 각 종단과 종교인들의 노력, 종교 간 및 종교와 시민들 간의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