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교회의 생태환경위, 영풍석포제련소 주교 현장 체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11-09 수정일 2021-11-09 발행일 2021-11-14 제 326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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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강’ 책임 통감하며 창조질서 보전 염원
“지속적 관심·협력으로 힘 보탤 것”

주교 현장 체험에 참가한 주교단이 11월 4일 이상식 대표로부터 영풍석포제련소로 인한 일대의 환경 파괴와 오염 실태에 대해 듣고 있다.

경상북도 봉화군, 낙동강 최상류 15만평 부지에 자리잡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 공장 옆으로 흐르는 강줄기에서는 다슬기를 비롯해 생명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다. 공장을 둘러싼 산비탈은 토사가 흘러내리고 누렇게 말라 죽은 나뭇가지들만 누워있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독 가스로 산과 나무가 모두 녹아내렸다. 간간이 녹색이 보이지만 대개 억지로 고정해둔 그물 사이에 난 약간의 풀들이 전부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이하 위원회)는 생산량으로 세계 4위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규모 아연 제련소인 영풍석포제련소를 11월 4일 방문했다. 매년 실시하는 ‘주교 현장 체험’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탐방에는 박현동 아빠스를 비롯해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대구대교구 장신호 주교가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안동교구 춘양성당에서 이상식 대표(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로부터 제련소 실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직접 제련소를 방문했다.

이상식 대표는 “제련소로 인한 오염으로 낙동강 본류 석포에서 안동댐까지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됐다”며 “제련소를 기점으로 2㎞ 이내에는 모든 식물이 죽어가고 있는데 점점 더 그 범위가 확대되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더 심각한 문제는 1, 2 공장부지 지하 30m 암반에 이르기까지 고농도 중금속으로 오염되고, 지하 암반수까지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공장부지 주변 물빠짐이 좋아 오염수 이동이 쉬운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것이 추후 어떤 재앙으로 닥쳐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카드뮴과 황산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발암성 물질, 생식세포 변이원성 물질, 생식독성 물질 등 인체에 중대한 장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어 특별관리물질로 분류된다.

지난 1970년부터 아연을 생산해온 영풍석포제련소는 그동안 수없이 지역의 환경 오염원으로 지적받아왔다. 최근에는 토양정화, 10일간의 조업정지 및 낙동강 유입 오염침출수 방지 명령 등이 발효돼 있다.

40분가량 이동해 제련소 현장을 찾은 주교단은 강줄기 건너편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공장을 깊은 탄식과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일대를 둘러본 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환경오염 실태와 그 영향을 생각하면 하루속히 제련소의 가동을 멈춰야 하지만 이전이나 폐쇄의 경우 공장에 생계를 두고 있는 근로자와 가족들의 일자리 문제가 과제로 남는다는 내용의 논의가 이뤄졌다.

김희중 대주교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그곳에서 또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아연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고 이 시설들은 다른 유익한 생산 수단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뉴스로만 접하다가 실제로 와서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장 가동이 지역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많은 분들의 뜻과 힘을 모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연대와 협력을 아끼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