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19 속 국군수도병원 성요셉본당 사목활동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10-12 수정일 2021-10-13 발행일 2021-10-17 제 326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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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이라도 장병들 만나는 자체가 소중하죠”
엄격한 코로나19 예방 수칙에 사목 활동 커다란 제약받아
입원 장병 한두 명 위해서도 종교행사·위문 방문 이어 가

국군수도병원 성요셉본당 주임 김준영 신부는 코로나19로 군병원 사목에 많은 제약을 받으면서도 “직접 만나야만 함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마음으로 사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은 보통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최고 의료기관’으로 소개된다. ‘최고’라는 말은 병원 규모면에서는 물론 의료 시스템에서도 우리나라 군병원을 대표한다는 뜻이다. 전국 각 부대에서 임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장병들이 후송돼 치료를 받는 곳이기에 군부대이면서도 병문안을 오는 민간인들의 출입이 항상 잦은 곳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국군수도병원의 모습은 어느 군부대보다 크게 변했다. 코로나19에 맞서 군 내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군수도병원은 사람 사이의 접촉을 최대한 제한하면서 ‘고독한’ 장소가 됐다. 국군수도병원 성요셉본당 주임 김준영 신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군병원의 변화상에 대처하며 사목을 펼치고 있다. 김준영 신부에게 단 한 사람과의 만남도 귀하게 여기고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자세와 마음을 들어 봤다.

■ 홀로 성당 지키는 사제

“홀로 성당을 지키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김 신부는 이 짧은 말로 성요셉본당이 처해 있는 사목 환경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항상 홀로 성당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전이었다면 신자들로 북적였을 시간에 홀로 성당에서 기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현재 성요셉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신자는 부대(국군수도병원과 의무사령부) 내에서 근무하는 현역 군인과 군무원뿐이다. 본래 성요셉본당 공동체에 속하는 군인 가족들조차 출입을 제한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장병들이 미사에 참례하고 싶어도 코로나19 예방 수칙에 의해 성당에 찾아오기 힘들다. 병실 방문 봉사를 하던 민간인 신자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본당에서 활동하던 수도자도 성당 출입을 제한받고 있는 실정이다.

성요셉본당은 군병원 사목을 담당한다는 특성을 살려 점심시간인 낮 12시20분에 평일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비록 소수지만 점심시간을 아껴 꾸준히 평일미사에 참례하는 간호장교를 포함한 열심한 신자들이 있다. 대면미사에 참례하기 어려운 신자들을 위해서는 평일과 주일 모두 온라인으로 미사를 생중계한다.

■ 모여야만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 군의료진의 고생은 정말 큽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길 때마다 근무시간이 아닐 때에도 수시로 병원으로 다시 들어와 검사를 하고 밤낮 구분 없이 치료에 전념하는 군의료진을 보면 참 크게 감명받고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김 신부는 국군수도병원과 의무사령부 의료진의 헌신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코로나19로 힘든 일도 많지만 군의료진 덕분에 힘도 얻고 있다. 누구보다 고되게 일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는 군의료진에게서 배우고 느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제로서 최선을 다하고, 여건이 되지 않아 만나지 못하더라도 마음 따뜻하게 함께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세다.

김 신부는 여러 제약 속에서도 대면 만남이 허용되면 단 한두 명의 입원 장병이라도 병실로 찾아가고, 여건이 안 되면 온라인을 활용해 미사 봉헌과 신앙생활 안내, 예비신자 교리 등을 이어가고 있다.

국군수도병원 성요셉본당 주임 김준영 신부가 지난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후 한 병사와 신앙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군종교구 성요셉본당 제공

국군수도병원 성요셉본당 10월 3일 교중미사 모습. 현재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성요셉본당 미사에는 국군수도병원과 의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과 군무원만 참례할 수 있다. 군종교구 성요셉본당 제공

■ 사제로 살며 가장 행복했던 미사

성요셉본당 주임신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국군수도병원 입원 장병 위문이지만 지금은 위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입원 장병이 종교행사와 위문을 요청하는 경우에만 김 신부가 병원으로 방문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입원 장병들과 외진 오는 장병들 사이의 접촉을 줄이다보니 입원 장병들이 병원 외부로 나오기도 힘들고 대면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된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만큼, 김 신부에게 입원 장병과의 만남은 소중하다. 최근 비신자 병사 2명과 병원에서 드린 미사를 잊을 수가 없다. 김 신부는 “사제 생활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미사 중 하나였다”고 표현했다.

종교가 없는 한 병사는 성당에 대해 알고 싶어 위문을 신청했고, 외국에서 살다 왔다는 다른 병사는 성당에 몇 번 가 본 적은 있지만 세례를 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신부는 처음에 간식을 나누며 말동무 상대가 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두 병사는 미사 봉헌을 진지하게 원했고 미사통상문을 함께 읽어 가면서 너무나도 거룩하게 미사를 봉헌했다. 두 병사가 영성체를 할 수 없어 안수로 대체했다. 김 신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느끼게 해 준 사건이어서 두 비신자 병사와 드린 미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입원 장병을 직접 대면하고 위문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다.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장병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못 만난다고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국군수도병원 입원 장병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상황이 혼자 있다는 것,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입니다. 만나지 못해도 신자들이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입원 장병들에게 응원이 될 위문품과 후원금도 보내 주신다면 힘이 될 것입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