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전교구·당진시 공동 주최 국제학술심포지엄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08-25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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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에 빛나는 성인의 신앙… 탁월한 사상과 업적 재조명
■ 역사·문화적인 보편성 강조
시대를 뛰어넘는 종교적인 신념 한국교회 역사에 큰 영향 끼쳐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 세상 차별에 맞선 사상 돋보여
■ 교회사에 길이 남을 순교 영성
성인 일대기 중심 자료 검토하고 서한 등 각종 기록 중요성 부각
억압과 폭력 앞에 진리 증언하는 순교의 현대적 개념 확장 주목
■ 힘차게 세상 누볐던 신앙 열정
항해일지와 관련 사료 등 통해 역경 딛고 선교 나선 행적 추적
성인이 직접 제작한 조선 지도 특징과 학계 활용도 집중 연구

8월 17~19일 솔뫼성지에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 중 제1세션 ‘교회사’ 부문에서 내포교회사연구소 김성태 신부(가운데)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대전교구와 당진시는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솔뫼성지에서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은 그간 이뤄진 김대건 신부에 대한 학술적 연구 성과들을 종합하고 김대건 신부의 생애와 사상, 정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연구 영역들을 제시했다. 다음은 그 요지다.

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소장 김성태 신부)가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한국교회사연구소, 동북아역사재단, 한양대학교관광연구소, 체험학습연구개발협회 등 교회 안팎 관계 기관들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마련됐다.

특히 심포지엄은 3개의 기념 강연과 총 7개 세션, 그리고 초중고 및 대학생들의 창의적 연구 과제와 아이디어들을 담은 5개 경진대회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한국 첫 번째 천주교 사제라는 정체성 외에 김대건 신부의 신앙, 사상과 업적의 탁월한 면모를 드러내는 다양한 시각과 연구를 풍부하게 제시했다.

대전교구 한정현 주교는 인사말에서 “그리스도교적 가치에 기반한 그의 선구적인 사상과 활동이 오늘날 더욱 절실하다”며 “석학들의 귀한 연구에 힘입어, 김대건 신부님의 선구자적인 사상과 업적이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대건 신부의 보편성에 주목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3차례의 기념 강연은 특히 김대건 신부의 사상과 업적이 지닌 보편성에 주목했다. 유네스코 주재 교황대사 프란치스코 폴로 몬시뇰은 ‘한국 문화의 보편적 가치와 한국 문화에 끼친 그리스도교의 공헌’에 대해 점검하고, “순교자 김대건 신부를 통해 한국은 교회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고 유네스코가 이 순교를 기림으로써 더 폭넓게 승화됐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와 파리외방전교회’에 대해 발표한 파리외방전교회 총장 뱅상 세네샬 신부는 선교하는 교회로서 한국교회의 면모를 치하하고, “한국 전쟁 당시를 포함해 한국교회의 역사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를 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 인문사회과학 사무총장보 가브리엘라 라모스는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수많은 한국 천주교인들의 종교적 신념은 인종주의를 비롯한 차별과 맞서는 유네스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고 말했다.

■ 다양한 김대건 연구 노력

이어진 7개 세션 중 1~5세션은 교회사, 순교영성, 항해, 지도, 순례관광 등을 주제로 각각 3~4개 발제들로 진행됐다. 제1세션 ‘교회사’ 부문에서는 내포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성태 신부가 한국어로 된 첫 김대건 신부 전기인 유영근 신부의 「수선탁덕 김대건」을 중심으로 김대건 신부의 전기 자료들을 검토했고, 양업교회사연구소 차기진 소장은 ‘기해ㆍ병오 순교자 교황청 수속록’의 김대건 신부 관련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와 송란희 역사문화부장은 ‘전교회연보’의 기록을 중심으로, 해외 간행물에 나타난 김대건 신부 관련 기록들을 점검하고 특징들을 정리했다. ‘전교회’는 현 교황청 전교기구의 전신으로, 1825년부터 ‘전교회연보’를 발행했다. 충남대 김수태 교수는 김대건 신부의 서한을 바탕으로 그의 한국교회사 연구에 대해 다뤘다. 발제자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한국교회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중요하지만 최초의 한국인 사제로서 김대건 신부의 한국교회사에 대한 역사적 서술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순교 영성의 현대적 의미

제2세션 ‘순교 영성’ 부문은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신앙 선조들의 순교가 오늘날 현대 사회와 교회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성찰했다.

새남터성지 순교영성연구소 소장 한진욱 신부는 수도자들이 체험한 김대건 신부의 순교를 중심으로 순교와 순교 영성에 대한 체험의 의미를 현상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순교자 현양을 지향하는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수도자의 삶의 방향을 모색했다.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강창근 신부는 ‘오늘날 순교의 의미’를 성찰, “한 순간의 죽음이 아니라 평생동안 매일 하느님을 위해 죽는” 순교의 일상화에서 그 의미를 찾았다.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창설자영성연구소 소장 엄상일 신부는 순교의 현대적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며 “소외와 배제로써 박해를 당하고 있는 이들의 억압과 폭력 앞에서 그 고통을 함께 겪으며 진리를 증언하는 것”이 순교이며, 이를 통해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며 진리와 정의를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 고국 입국 여정의 탐구

제3세션 ‘항해’ 부문은 온갖 역경 속에서 조선에 입국하려 했던 김대건 신부의 항해 여정에 대한 연구와 함께 김대건 신부가 타고 온 라파엘호의 규모와 표착지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대만대 남지우 교수는 1842년 2~6월 김대건 신부가 프랑스 군함 에리곤호에 통역으로 탑승해 마카오에서 마닐라와 대만을 거쳐 상해 인근까지 여행한 여정에 대해 연구, 발표했다. 에리곤호의 항해일지와 관련 사료들을 통해 신학생 김대건의 행적을 추적함으로써 그간 김대건 신부 관련 연구에서 자료 부족으로 밝히지 못했던 상세한 여정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강원대 최병욱 교수는 그동안 학계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김대건 신부의 난징 조약 참관과 보고에 대한 내용을 다뤘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홍순재 연구원은 김대건 신부가 타고 제주에 표착한 라파엘호의 구조와 형태를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의 서한 등 문헌 사료를 바탕으로 고찰했다.

대전교구 윤종관 신부는 현재도 역사가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을 보이는 김대건 신부가 탄 라파엘호의 조선 입국 장소에 대해 “라파엘호는 강경항구에 입항했다”고 주장했다. 윤 신부는 김대건 신부,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의 서한이 라파엘호가 강경항구에 입항한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조선전도’ 연구의 심화

제4세션 ‘지도’ 부문에서는 김대건 신부가 제작한 ‘조선전도’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모사본 지도에 대한 지도학적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동북아역사재단 김종근 연구위원은 “김대건 신부 제작 조선전도 및 모사본 지도의 지도학적 연구‘에서 김대건 신부가 조선전도를 제작한 동기와 과정, 5개 모사본의 종류와 연구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어 성신여대 한국지리연구소 양윤정 교수는 조선전도의 모본으로 추정되는 정상기(鄭尙驥)의 동국지도 계열의 전도를 중심으로 현재 전해지는 전도를 파악하고 유형별로 분석했다. 또 청주 흥덕고 김순배 박사는 김대건의 조선전도와 모사본에 기재된 지명의 로마자 표기 방식의 특징을 분석했다.

부산대 정인철 교수는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가 프랑스 학계에 어떻게 소개되고 활용됐는지를 검토했다. 그에 따르면, 파리외방전교회가 김대건 신부의 지도를 적극 활용했지만 유럽인들은 조선을 무역대상국으로 여기지 않았기에, 김대건 신부의 지도가 전하는 정보를 지도 개정에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제5세션 ‘순례관광’ 부문에서는 종교적 관광 자원이 지역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종교문화를 통한 지역 사회 발전의 방안을 모색됐다. 제6세션에서는 해미국제성지와 솔뫼성지 순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원생 논문이 소개됐고, 제7세션에서는 김대건 신부를 모티브로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제안이 발표됐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